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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84): 약속의 주체가 누구인가?(2)
자신의 약속을 법으로 묶어놓으신 하나님
하나님께선 온 우주만물의 창조주이시기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약속의 주체이심이 분명하지만, 하나님께선 스스로 자신의 약속을 법으로 묶어놓으신 사실을 미처 생각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약속을 하면서 손가락 걸어서 자신의 약속을 확인시켜주기도 하지만, 누구도 자기 약속을 법으로 정해서 스스로 묶어놓으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거나 토지나 집을 사고 팔 때엔 계약서를 쓰고 도장을 찍도록 해서 법으로 묶어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철석같이 믿었다간 손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걸 계약 당사자들이 서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어느 누구의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 법을 제정하셔서 약속의 괘, 곧 언약 괘까지 만들게 하셔서 그 안에 넣어 거룩한 지성소에 간직케 하셨다. 이스라엘 백성들로부터 동의를 받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방적인 약속이었고, 더구나 영원한 약속이었다.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확산된 불안한 오늘의 상황 속에서 아무리 세상이 어지럽고 불완전하더라도 그 가운데서 우리가 살아갈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보장된 약속을 잊지 않는 것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향한 약속보다도, 혹은 네가 너를 향한 굳은 약속의 맹세보다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 하에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보다 중요하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구체적인 약속엔 서로 주고받은 계약서도 없지만, 자녀는 부모의 문서 없는 약속 하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듯이 우리는 우리를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의 약속 하에서 살아가는 현실과 그 진리를 결코 잊지 않아야 한다. 날마다 우리에게 주신 성서를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나님의 약속과 그 뜻을 날마다 확인하며 살기를 바라신 그 뜻 때문이다.
우리에게 약속의 주체이신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존재하신 가운데 그분의 약속 하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하지만, 내가 혹은 우리가 하나님의 약속이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명화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것들을 지으신 창조주의 약속 하에서 존재하고 있다. 다만 그 사실을 믿는 자가 있고, 믿지 않는 자가 있을 뿐이다.
한 가정의 부모조차도 살아 있는 자녀들이 알지 못하는 유언장에 약속을 남겨 놓는 경우가 있다. 자녀들의 그 약속을 알지 못하더라도 부모의 약속 하에 살던 자녀라면 부모가 남긴 유언의 약속을 감사한 마음으로 믿고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의 약속이 자기 마음에 흡족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처럼 부모는 자식을 낳은 부모로서 자신이 약속한 대로 모든 혜택을 자녀들에게 매 순간 제공하며 살고 있지만, 그들의 죽음 이후에도 약속이 남겨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인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 하에 살고 있는 것이고, 그 약속 하에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존재의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부정모혈로 태어나 아무 것도 모른 채 세상에 나왔다고 해서 아무런 목적도 없고, 존재 이유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른 채 태어난 사실은 맞지만, 남녀 부부의 약속 하에서 태어난 사실을 누가 부인할 수 있는가? 남녀가 결혼해서 자녀를 갖기 전에 특별히 자녀를 낳지 않기로 작정했다면, 앞으로 태어날 자녀에 대한 아무런 약속도 의미도 없겠지만, 결혼하고 자녀를 갖겠다고 마음먹은 부부라면 그들에게서 태어날 자녀에게 분명한 약속과 목적을 가진 자로 키우겠다는 굳건한 약속이 선행돼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자녀가 태어나기 전에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약속과 목적이 있듯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시기 전에 약속과 목적이 있었다. 자녀가 부모의 약속과 목적을 알고 모르고는 그리 중요치 않다. 약속과 목적이 있는 부모의 사랑이 자녀들에게 중요하다. 부모의 약속과 목적 하에서 자녀는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