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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03): 사람의 이야기(3) -낙원에서 사탄의 숙주(宿主)가 된 인간-
인간의 타락(2)
인간의 타락은 인간의 소유의 부족함에서 비롯되지 않았고, 세상살이에 관한 무지나 혹은 부적응에서 비롯되지도 않았고, 더구나 성품의 잔인성이나 갑작스런 폭력성에서 기인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형상과 그 모양대로’ 지음을 받아서 육체와 영혼이 완전하고, 그래서 하나님께서 친히 ‘사람’이라 이름 붙이시고, 남자는 아담, 여자는 하와라는 고유명사까지 부여하신 피조물들 중 유일한 존재로 에덴이란 낙원에서 아름답게 신혼살림을 차린 진정 선남선녀로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사람은 너무나 허망하게 하나님과 단절되었다. 단 한 가지의 명령에 불순종으로 인해 하나님과의 단절이 곧 그들의 타락이다. 첫 사람 부부가 하나님의 유일한 부정명령에 불순종하고, 에덴에서 하나님과 단절되어 거기서 쫓겨나 창조주 하나님과 결별한 그 자체가 바로 하나님과 단절된 타락이란 뜻이다. 다시 말하면, 생명이 생명의 원천과의 단절 자체가 바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타락이다. 실제로 그보다 더 큰 타락은 없다. 지음 받은 완전한 존재에서 하나님과 함께 동거할 수 없는 불의의 죄인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그보다 더한 비극적 타락이 어디 있겠는가?
왜 사람 이야기에 그의 타락이 먼저 등장하는지 의아해 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사람이 에덴에서 에덴의 동편으로 쫓겨난 것은 에덴에 거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들 부부사이에서 자녀 출산이 없었던 것을 보아서 그렇게 추측된다. 사실 그들의 타락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타락한 삶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사소하고 미미한 사건에서 출발했지만, 그 결과는 세월이 흐를수록, 인구가 많아질수록 크고 작은 죄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 개개인은 날마다 순간마다 마치 일기를 쓰듯 각자의 죄악의 역사를 쓰고 있지만, 누구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간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을 길은 전무하다.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온갖 죄악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육법전서의 두께만 불어나고, 죄의 질이 보다 더욱 무거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을 다루는 권력자들의 ‘법 놀이’가 더더욱 극성이다.
왜 사람의 이야기가 하필 듣기 싫은 타락에서 시작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해야만 다음 글을 이어갈 것 같다. 사람의 타락은 내가 말하는 「사람 이야기」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초석에 불과하다. 앞서 각자의 삶이 곧 죄악의 역사 기술이란 말을 했듯이 타락의 역사가 사람 이야기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타락이 단지 사탄의 유혹 때문이란 핑계만으론 적절치 않다. 실제로 사탄은 영적 존재로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탄을 보려고 애쓰지 말고 사탄이 만나서 성공을 거두었던 그 과정에 처한 사람을 보면 사탄의 실상을 가감 없이 분명히 볼 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거짓말과 뻔뻔함의 극치를 보려면 어디서 어떻게 가장 알맞은 대상을 찾을 수가 있을까? 아마도 사탄의 정체를 찾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는 대답이 정답이다. 하지만, 영적 존재인 사탄을 무슨 수로 만날 수가 있을까? 만약 그런 사탄을 찾으려다가 그의 유혹에 넘어갈 위험이 더 크다면, 되도록 그를 만나지 않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 싶다.
사탄에 사로잡혀서 3년 동안이나 따라 다니던 주님을 은전 30량에 배반했던 가룟 유다를 보면 너무나 생생하게 사탄의 적나라한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 예수님이 체포되시던 장면을 보면(마26:47-56), 어쩜 그리 안면몰수하고 주님께 다가가서 키스를 할 수 있었을까? 눈도 깜짝하지 않고 산뜻한 인사말로 주님 앞에 다가간 유다의 뻔뻔한 행동을 보면, 바로 그가 사탄이라고 맞장구를 치기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다. 거짓말일수록 숨기기 위해서 더더욱 뻔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거짓을 숨기기 위해선 뻔뻔함으로 위장하는 것이 거짓말쟁이의 속임수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거짓의 명수요, 뻔뻔함의 극치가 사탄이라면, 그를 완전한 실물로 보여준 인물이 곧 가룟 유다이다. 하와에게 등장했던 뱀과 가룟 유다의 비교는 사탄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