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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05): 사람의 이야기(5) -낙원에서 사탄의 숙주가 된 인간-
인간의 타락(4) -사람과 맞장을 뜬 뱀의 이야기-
아담과 하와 부부가 에덴에서 살아가면서 저질은 여러 가지 죄악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들의 죄의 무게 때문에 하나님과 결별됐던 것이 아니고, 더구나 지음 받은 자로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세상사에 찢기도 지쳐서 자신의 본분을 잃고 그렇게 쌓인 결점 때문에 하나님과 결별했던 것도 아니다. 하나님께 그들의 단 한 번의 불순종이 바로 타락의 처음과 나중이 되었다. 그런데 앞서 살핀 대로 사람에게서 하나님을 향해 불만을 품고 불순종을 이끌어낸 자가 바로 ‘간교한’ 뱀이다. 그러나 하와 속에 없던 불만을 뱀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뱀과의 대화에서 보면 그 속엔 이미 불만이 숨겨져 있었다. 불만은 바로 하나님께서 주신 바람(desire) 때문이다. 바람은 삶을 살아가는 기재로 주신 것이다.
창세기 3장1절부터 뱀이 세상에 유일한 한 여자를 찾아가서 서로 맞장구를 치고 있는 현상을 보면, 과연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지 묻고 싶다. 그렇다. 그들은 서로 맞장구를 치며 서로 사이좋게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그럴 사이가 될 수 없는 관계였다. 다시 말해서 에덴에서 여자에게 나타났던 뱀은 그 스스로 여인을 찾아가서 먼저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결코 아니었다. 실제로 뱀은 그 때도 그러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우리가 오늘도 흔히 잘못을 범하고 살긴 하지만, 뱀과 대화하면서 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서 죄를 범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오히려 스스로 각자가 자신도 남도 속이며 그래서 스스로 무너지면서도 너무나 당연히 남을 탓하기에 너무나도 바쁘다. 창세기 3장에 등장해 감언이설과 거짓말로 최초의 여인 하와를 유혹에 그들 부부를 타락케 만든 뱀을 통해 지금의 각자 자신의 속사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리고 아마도 자신의 속에 뱀과 꼭 닮은 또 다른 자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의 잘못은 뱀의 잘못으로 핑계할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바람이 곧 욕망으로 둔갑한 것이다. 어쩌면 뱀을 등장시킨 것은 그 여인의 숨겨진 자아를 뱀의 형상으로 내세워 하와의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뱀이나 용이 사탄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뱀을 통해서 사탄과 교류하는 인간의 자아를 드러낸 것으로 이해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창세기 3장에 등장하는 뱀이 처음에 사람의 모습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두 발로 직립 보행은 오직 사람뿐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처음에 하와 앞에 등장한 뱀은 말을 할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지만, 그가 하와를 유혹해 넘어지게 했기 때문에 저주를 받아 평생토록 배로 기어 다니며 흙을 먹고 살아갈 존재가 되라고 하나님께서 저주하신 것을 보더라도 말하고 걸을 수 있는 뱀은 곧 하와 속에 있는 또 다른 그의 자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사탄의 변신을 누가 막을 수가 있겠는가?
만약 처음에 등장한 뱀이 직립보행하며 말을 할 수 있었는데, 그의 잘못으로 저주를 받아 배로 기어 다니며 흙을 먹고 살아갈 진짜 뱀이 되었다면, 하나님께서 여섯째 날에 창조하신 들짐승이 변종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하나님께서 처음에 지으실 때 ‘그 종류대로’ 지으신 것이 변종했다는 것이니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가 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는 결코 없다고 단정할 수가 있다.
사탄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지칭해 정의할 때 그를 일컬어 거짓말쟁이, 거짓의 아비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바울이 로마서 3:4절에서 ‘사람은 다 거짓말쟁이이지만, 하나님은 참되십니다.’라고 밝힌 걸 보면 모든 사람이 사탄을 닮아서 거짓말의 달인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여기 글 제목에서 사람이 곧 사탄의 숙주가 된 것을 지적한 것도 거짓말쟁이 사탄이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지적한 것이다.
바로 그 사탄이 사람을 숙주로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아가면서 사람처럼 행세하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하니 결국 사탄과 사람이 한 몸처럼 돼버린 것이니 뱀은 곧 인간의 속마음을 드러내기에 충분했고, 누가 봐도 사람의 비뚤어진 자화상이라 말하는 것이 백번 낫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