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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13): 사람의 이야기(9) -낙원에서 사탄의 숙주가 된 인간-

 

인간의 타락(8) -뱀이 인간 타락의 근원인가? ()

하나님께서 동방의 의인이라던 욥을 자랑하시며 사탄에게 욥의 목숨을 건드리지 말고 그를 시험에도 좋다고 허락하신 걸 보면, 간교한 뱀에게도 그런 의미에서 하와를 유혹하는 게 허락된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상상도 단지 비난 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름다운 동산 에덴에서 하와가 받은 시험은 먼 훗날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이 독자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시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하고 쉬웠다. 사실은 시험도 아니었다. 과일 한 가지 먹지 말라는 것과 독자를 죽여서 제물로 바치라는 시험, 과연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상대적인가? 그러나 전자 하와는 실패했고, 아브라함은 승리했다. 전자는 뱀을 통한 간접 시험이었다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직접 시험하셨다.


뱀이 먼저 하와를 찾아가서 말을 건네며 그 여자를 유혹한 장면을 살펴보자. 뱀이 여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혹을 시작했다. “하나님이 정말로 너희에게, 동산 안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말씀하셨느냐?” 유혹을 질문으로 시작한 것 자체가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한 게 아니었다. 정답을 듣는다면, 유혹자의 다음 말은 누구라도 알아차릴 만한 거짓말이 나와야 하고, 그렇게 되면, 유혹자가 오히려 상대에게 밀리게 된다. 그러기에 뱀의 질문엔 필요 이상의 정말로라는 부사와 모든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해서 여자에게서 불만이 나오도록 유도한 걸 보게 된다. 뱀의 전문가다운 간교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뱀의 질문의 의도대로 여자의 대답, 바로 그 대답 속엔 이미 하나님을 향한 불만으로 뒤틀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말씀하시지 않은 다른 한 마디를 덧붙인 것을 보게 된다. ‘먹지 말라.’고 하신 말씀에 불만이 있었기에 만지지도 말라.’는 자기 말로 왜곡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나님을 향한 그의 속마음의 불만의 토로였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의 인간의 성장이란 무조건 순종에서 불만으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사실 첫 사람 아담과 하와는 어린아이의 과정을 건너 뛴 성인으로, 그것도 부부로서 독립된 한 가정으로 지음 받았다. 낙원에서 살게 되었지만, 그들에겐 부여된 임무도 있었다. 만약 어린아이로 태어난 자들이었다면, 그들에겐 아무런 의무감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사랑을 받는 것 외엔, 사랑을 요구할 배고픔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배가 고파서 불만을 토로해도 그것은 부모의 책임이기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 자체가 사랑의 요구로 당연한 일이다.


뱀이 과연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리게 만들었을까? 뱀이 과연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존재인가? 사람과 맞장을 뜰만한 인격적인 존재인가? 창조주 하나님께서 자신의 형상과 그 모양대로 지으셨기에 그 여인은 하나님을 알만한 영적 능력의 소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쉽게 육안을 크게 뜨자 영안이 닫혀버리면서 하나님께서 금하신 선악을 알게 하는 그 나무의 열매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여서 그녀의 입엔 군침이 돌았다.

사람의 불만은 자신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과 그 모양대로 완전하게 지음을 받았기에 자신의 부족을 탓할 수가 없게 돼 있다. 그 속에 불만이 있다면, 그의 대상은 하나님밖에는 없다. 자신이 하나님처럼 주인노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 속에 불만을 토해내게 한 것이다. 인간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하와의 속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뱀을 설정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이 뱀과 대등한 상대적 존재가 되어 그것도 하나님께서 특별히 마련해 주신 에덴이란 낙원에서 그와 더불어 거짓과 불만으로 대화를 나누며 불평을 말했다는 것 자체가 사람의 신분을 잃고 뱀과 동일한 신분이 되었다는 증거이다.


어쩌면 뱀은 실제로 뱀이 아니라, 결국 사람 안에 있는 다른 사람을 형상화 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사람의 위대한 모습을 보면서 타락이 너무나도 허망하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불완전하게 지으셔서 타락한 것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불완전한 것은 타락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불완전한 존재였다면, 이미 망가진 존재라는 말이다. 인간의 하나님의 형상과 그 모양대로 지음 받은 완전한 존재였다. 피조물로서의 완전함, 그 이상을 결코 넘볼 수 없는 존재였지만, 인간은 감히 하나님을 넘본 것이다우리가 일상에서도 자기 이상을 넘볼 때 반드시 유혹에 넘어지게 된다는 걸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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