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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20): 하나님의 지팡이와 지팡이가 되신 하나님
앞서 풀대 지팡이를 사용해본 경험을 통해 나는 양 발과 양 손에 하나의 지팡이는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과 삼각편대를 이뤄서 지팡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알리려고 사람과 지팡이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
어린아이의 한 손을 잡아주는 엄마나 아빠의 손도 어린아이에게 일종의 지팡이이고, 동생의 손을 잡아 주는 누나가 형도 동생에게 가장 바람직한 지팡이이듯이 한 분 하나님의 각각 아들과 성령이시란 인격체가 하나로 일체가 돼 삼각편대로 존재하시면서 모든 피조물들을 다루시는 것을 보면, 애당초 하나님께선 모든 피조물들을 위한 지팡이 역할을 위해 세 분이 한 분으로 존재하신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하나님의 삼각편대는 어느 한 분이 다른 두 분께 지팡이 역할이란 말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버지 하나님께서도 다른 두 분께 지팡이이실 수 있고, 아들 예수께서도, 아버지 하나님과 성령 하나님께 지팡이이시고, 따라서 성령 하나님께서도 한 분이신 아버지와 아들께 지팡이 여할로 존재하신 것이 아닐까?
그렇다. 삼위일체 하나님만큼 삼각편대의 균형을 이루신 완전한 존재가 또 어디 있겠는가? 한 분 한 분 각각 독립된 완전한 인격체이시면서 세 분의 인격체가 마치 한 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분 아버지의 뜻을 따라 존재하는 아들과 성령, 이런 삼각편대야 말로 우리 인간이 그분의 형상을 따라 살아가야 할 유일하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란 뜻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 곧 남녀가 하나가 돼 그들이 자녀를 갖고 부모가 된다는 것만큼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온전한 삼각편대로 이뤄진 온전한 가정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런 가정이야말로 아마도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가정의 완전함 모형이 아닐까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지팡이 같은 존재, 이것이 나의 지팡이의 뜻을 말하려는 나의 본심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전지전능무소부재라는 하나님의 절대 속성을 거론하는 일이 상식화 돼 있다. 물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는 말이다. 하나님을 믿으니 그분을 절대 강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숙원사업은 절대 강자의 힘으로 이루신 것이 아님을 보게 된다. 한 손에 잡힌 지팡이 자체가 절대 강자의 도구가 아니다.
과연 이러한 하나님의 가정에서 하나님의 역할이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지팡이 역할이라면 너무나 하찮게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법하다. 하나님께서 겨우 지팡이 역할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하나님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 보여준 것이 무엇일까라고 물어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지팡이이셨다고 말하면 틀림없이 정답이다.
모세는 목자로서 자기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스라엘백성을 이끄는 지도자였을 때 그의 나이 80이었으니 실제로 지팡이가 필요한 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가 지닌 지팡이를 ‘하나님의 지팡이(the staff of God)’가 되게 하셨다(출4;2,20). 모세가 그 동안 사용하던 목자의 지팡이를 하나님의 지팡이로 사용토록 하셨다. 오늘 내가 몸이 약해서 의지하고 있는 나무나 철재 지팡이, 혹은 풀대 지팡이일지라도 그것을 하나님의 지팡이가 되게 하려면 철저히 자신의 약함을 먼저 인정하는데서 나의 지팡이가 하나님의 지팡이가 되고 하나님의 지팡이가 곧 하나님의 능력이 되지 않겠는가? 나는 비록 늙고 약하지만, 먼저 아내에게 되도록 오랫동안 풀대 지팡이라도 되고 싶다. 그렇게 살다보면 풀대 지팡이조차도 하나님의 지팡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물론 아내는 함께 살아온 지난 53년 내내 지금까지 내게 지팡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