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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35) 사랑의 빚쟁이

김우영 2021.08.27 13:58 Views : 71

 

짧은 글(335): 사랑의 빚쟁이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다 이룬 것입니다(13:8).’

 

사회 구조가 빚을 지고 살아야 하고, 그 빚을 잘 갚아서 신용을 얻어야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특히 미국 이민생활에선 누구라도 경험해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나 개인의 삶은 먹을 것이 없으면 굶음의 배 고품으로 지냈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았기에 남에게 빚을 지고 살진 않았다. 빚지면 갚을 길이 전무했던 내게는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일에 익숙했다.

그러나 우리 가족 네 식구가 이민 오면서 비행기 표는 빚을 지고 나서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갚는 것이 신용을 쌓는 일이란 조언을 듣고 먼저 빚을 짊어지고 미국에 왔다. 이곳에서야 빚진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어쩌면 빚을 지는 것이 능력이 될 만큼 상식화 된 사회가 특히 미국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는 한국 전쟁을 겪으며 살아 온 세월 속에는 어떻게든 부족함을 매꿰 보려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서 살아 본 경험은 없다. 남에게 빚은 져서 일시적이나마 자신의 고난의 순간을 덜어보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으니 남에게 돈을 빌린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결혼 생활 50주년을 넘었고, 남매를 키웠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자녀들에게 학비를 내준 적도 없다.

 

가난한 삶을 그냥 가난으로 살았고, 아무 것도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있더라도 없으면 없는 그대로 살았다. 나의 대학 학창 시절이긴 하지만, 없으면 굶었고, 거처할 곳이 없던 때에는 믿는다는 이유로 친구가 된 하숙생 집에서 잠자리를 신세 진 적도 있지만, 그 때 그것이 고난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다. 소위 빚을 내서라도 현재의 고난은 급하게 피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빚을 지면 갚아야 하는데 갚을 길이 전혀 없었기에 애당초 빚을 짊어질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렇다. 이렇게 살았으니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해 사랑의 빚쟁이로 살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참 다행이다. 바울은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면서도 사랑의 빚은 지라는 그의 조언을 은혜로 받아들이고 살았다. 사랑의 빚은 아무리 힘써도 다 갚을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사랑할 만큼 충분히 다 했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돈을 빌려 쓰고 갚지 못한 빚쟁이라면 마음이 괴롭고 평안을 누릴 수 없겠지만, 나름대로 사랑을 하면서도 그만큼의 사랑이면 충분하다고 생각지 않고,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랑의 삶, 다함이 없는 사랑의 빚쟁이로 살라는 것이니 얼마나 은혜로운지 모른다.

 

우리 죄인들을 향한 주님의 사랑을 생각해 보자. 그분은 온갖 고통과 야유와 멸시를 받으셨고, 끝내 생명을 내놓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만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은혜로 온전히 사랑하셨다. 죽음의 사랑, 그것이 모두가 아니었다. 부활을 약속하셨고, 약속하신 대로 3일 만에 살아나셔서 40일간 땅에 머무시면서 자신의 부활을 입증하셨고, 승천하신 후 10일 만인 50일째 되는 날, 오순절에 약속하신 성령을 보내셔서 지금까지 우리 가운데 거하고 계신다. 주님의 사랑은 죽음으로 끝내신 것이 아니셨다. 지금도 살아계셔서 마치 죄인들에게 무슨 큰 빚을 지신 붙처럼 오늘도 계속해서 사랑의 빚을 같아주시듯 살아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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