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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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았어도 벌레들은 어린 제게 익숙치 않았습니다. 전국 학생 과학 경진대회에 나가기 위해 벌레를 관찰 연구할 때까지만 해도, 송충이 한 마리 손에 잡는 것은 극히 싫은 일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다리는 많고 왜 그리 눈은 이상하게 생겼는지, 왜 몸통의 색은 이상하고 왜 몸은 흐느적 흔들리는지, 도무지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벌레나 곤충들은 사람을 무서워 피하는데, 사람이 그것들을 피하니 참 우스운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털북숭이 벌레나 색이 이상한 거미, 숲 속 눅눅한 곳을 기어다니는 벌레들은 ‘가까이 하기에는 먼 당신’입니다.
재미있는 일은 있었습니다. 국민학생 수준의 관찰과 연구라는게 별 것 아니지만, 수업 후 날마다 나무에 올라가다 보니, 아이들은 우리가 제법 벌레와 친한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나무 밑에서 송충이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때, 한 마리 잡아 던지는 시늉을 하면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기겁을 하며 도망갔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저 멀리 서서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소름끼친다며 줄달음질 했습니다. 이 모양이 즐거웠던 관찰 친구 몇몇은 자주 아이들을 놀려대곤 했는데, 벌레 관찰보다 더 재미있는 구경이기도 했습니다.
벌레를 관찰해야 하는데,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벌레 곁, 나무 밑을 피해서 다닙니다. 안 보고 싶은 것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가까이 오긴 하는데, 벌레를 보기도 전에 소리 지르며 도망갑니다. 어떤 아이들은 제법 용기를 내서 접근하지만 호기심보다 더 큰 두려움 때문에 뒤돌아 갑니다. 어떤 아이들은 제법 용감한 척 합니다. 여자 아이들 앞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별 것 아니라고 큰 소리치지만, 막상 가까이 오면 뒷짐 진 손을 내 놓치 않습니다. 물론 어떤 아이들은 만지기도 하고, 더 나아가 송충이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보니, ‘송충이 반응’은 계속되었습니다. 일이나 삶, 시간이나 기회, 사람과 사람, 질병과 사고, 궁핍과 혼돈 등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다양하게 반응합니다. 두려움, 호기심, 그런척 저런척, 보여주기, 생색내기, 도전정신, 주관, 신뢰, 의심, 수용, 핑계, 정직, 위선, 책임, 도피, 부정, 긍정 등이 그렇습니다. 언제나 같은 반응을 하기 보다, 때와 자신의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안과 밖의 반응이 다르기도 합니다. 무척 두려운데 용감한 척 하거나, 없는데 있는 척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자기가 어떻게 반응하고 사는 지 조차 모르기도 합니다. 반응 종류가 조금 더 늘었을 뿐, 어릴 때 보았던 친구들의 ‘송충이 반응’은, 나이 들고 삶의 환경이 바뀌어도 여전히 같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반응합니다. 중심을 보시고 상급을 주시는 하나님께서 좋으셔야 좋은 것입니다. 한 해 허락된 시간, 세우신 자리와 직임, 맡기신 사람 관계가, 하나님께 반응하는 통로임을 잊지 말고, 좋은 반응을 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범사에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며, 나와 다른 사람에게 유익하고 책임감 있는 [송충이반응]하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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