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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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 갈 때마다 자주 보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여러 보따리를 손에 들고, 머리에 이며, 등에 진 초로의 여인네 모습입니다. 보따리에는 고추가루, 무우말랭이, 호박말랭이, 참기름, 들기름, 피마자기름, 마른 멸치, 마른 새우, 떡국 떡, 가래 떡, 인절미, 미역, 김, 푸성귀 나물, 깻잎, 조선 장, 된장, 고추장 등 없는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산골 마을 수퍼 하나 차려도 될 만한 양이 분명합니다. 당신의 시골에서 나는 것은 물론이요, 없는 것은 다른 것과 맞바꿔서라도 챙겨왔을 것입니다. 서울 사는 자식 위해 가져온 것인데, 제 눈에는 물건이 아니라 사랑이며 정으로 보였습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자 몸의 고통마져 이겨낸 모정이었습니다.
어머니를 마중 나온 아들 목소리가 귓전에 들렸습니다. ‘이런것 서울서 사면 더 싸단말여, 뭐덜라고 힘들게 가져와!’ 전보다 더 굽은 허리, 작은 체구의 어머니가 안쓰러워 자기도 모르게 나온 푸념이었을 것입니다. 어머니를 생각해서 한 말이지만, 정작 어머니를 모르는 말이었습니다. 서울 수퍼에 있다는 것 다 알고, 남대문 동대문 시장에 가면 더 좋은 것 살 수 있는 것도 다 아는 어머니였지만, 그래도 무겁게 짊어지고 끌며 오는 것은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시장과 백화점에서 물건은 살 수 있어도 어머니 사랑은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 마음 아픈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느그들은 모르제? 오매가 느그들 줄라고 이것을 기르고 말리며 가져오는 동안 얼마나 행복혔는지 느그들은 모른다. 내 몸둥이 좀 힘들면 워쩐다냐? 갠찮어잉. 암먼! 오매는 그냥 이것이 행복이여!’ 안쓰러워하는 아들과 행복해하는 어머니 뒷 모습이 오래 남았습니다.
자녀는 잘 모릅니다. 어머니 수고도 모르고, 어머니 행복도 잘 모릅니다. 그것 몰라줘도 되는 어머니는 아들 딸 본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하고, 가져온 것이 자녀 입에 들어갈 것을 생각만해도 몸은 가벼워집니다. 정말입니다. 우리는 어머니의 수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수고, 섬김, 헌신, 희생, 사랑의 무게를 잘 모릅니다. 잘 몰라서 모르고, 받기만 해서 모르며, 쉽게 평가절하해서 모릅니다. 싸게 살 수 있는데 몸 아프도록 공들이는 이유를 모르고, 가까운 길 있는데 먼 길 돌아가는 것을 모르며, 쉬운 방법 있는데 어려움을 선택한 이유를 잘 모릅니다. 세상 모든 것을 산술과 경제원리, 과학과 물리원리 등으로 쉽게 생각하니, [당신]의 수고, 섬김, 헌신, 희생, 사랑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갑니다. 우리는, 서로, [당신]의 수고를 알아주고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은 ‘군인’들의 수고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국군장병에게 보내던 위문 편지 외에, 군인에게 고맙다 말하는 것은 참 오랜만의 일입니다. 군인의 명예를 실추했던 정치 군인들 때문에 군인들이 고맙다는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군인들은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자칫 부상, 중상, 사망을 만나며, 제대 후에도 각종 육체와 정신의 질병이 뒤 따르는데도, 국민의 안녕과 세계 평화를 위해 자기 자리를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어느 집 마당에 ‘당신이 나라를 위해 봉사해줘서 고맙습니다! Thank you for serving our country!’라는 배너를 보았는데, 정말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곳, 안 보이는 자리에서 서 외롭게 수고하는 분들이 참 고맙습니다. 한국, 미국, 현역, 예비역을 막론하고, 군인들과 그 가족을 조금이라도 기억하는 날 Memorial Day 되기를 바랍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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