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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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6월 첫주에 그레이스교회 목회를 시작했으니, 벌써 만 13년 되었습니다. 기도하던 부흥회도 은혜중에 끝났고, 염려하던 총회도 잘 다녀왔으며, 주일 지나 안식년에 들어가려니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 중 두드러진 하나는 이제 다른 옷을 입을 수 없다는 싯귀처럼 변치 않을 확고한 목회정체성입니다. 처음 올 때 제가 가진 기존의 목회철학은 다 버리고 교우들과 함께 목회철학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는데, 이제 개인이나 특정 그룹이 아닌 [교회적 목회개념]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목회의 옷은 입을 수 없습니다. 영혼구원하여 제자만드는 본질이 빠진 옷, 함께목회한다는 생각이 빠진 옷은 입기 어렵습니다. 안에서는 느끼지 못하다가도 밖에 나가면 진하게 느끼며, 우리끼리는 늘 그게 그건것 같다가도 다른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왠지 다른 옷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내 몸에 / 내 혼에 / 푸른 물이 깊이 들어 / 이제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라는 이해인님의 싯귀처럼 말입니다.
지면상 다 설명할 수 없는 여러가지 생각도 듭니다. 대부분 지키려고 노력한 것들입니다. 교회안에 화평, 화목을 중시하는 제 마음은 여전합니다. 교회 성장이나 부흥은 특별한 기술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함께 신앙생활하는 우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생각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교인들에게 밥도 사는 목사되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도 그대로입니다. 어느 소수의 목사가 아니라 모두의 목사이고 싶다는 마음도 그대로요. 세상 시각으로 보아 바보같은 예수님 닮은 바보같은 목사되고, 바보같은 장로님 및 바보같은 사역자들과 함께, 계산도 잘 못하는 바보같은 사람되어 끝까지 충성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아직 지키고 있습니다. 당연한 권리를 내려 놓고 함께 목회하기를 바라는 마음 여전하고요. 따뜻한 사람, 같이 있고 싶은 사람, 묵묵히 제 길 간 사람, 나를 신앙인 답게 살도록 도와준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소원도 있습니다. 비밀스런 비전도 아직 간직하고 있고요.
제가 ‘무섭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 누군가 저를 ‘불도저’라 별명지어줄 때는 마음 한 구석이 시리었으며, 하늘 보고 살자는 이야기 앞에 자꾸 땅 이야기 할 때에는 저려오는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지금쯤이면 이렇게 되었어야 하는데 아직 저런 모습으로 방황할 때에 안타까웠고, 십자가 그 영광스러운 복음이 아직 생생한데 세상소리에 흔들려 갈지자로 흐늘거리는 삶에 분노마져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경건을 개인의 이익위한 수단처럼 여길 때에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특히 저 때문에 잠시라도 마음 힘들어했던 모든 분들에게는, 죄송할 뿐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 미안하고, 힘든 인생살이 앞에 하늘이야기 많이 하여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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