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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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기도

관리자 2023.09.30 21:01 Views : 90

중학교 때였습니다. 공중목욕탕에 다녀온 뒤 허벅지 안쪽 피부가 거칠어졌습니다. 어머니께서 습진이라 하셨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달동네 단칸방에 살고 있었지만, 일본 유학까지 다녀오신 교양 있는 어머니가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같은 학년 여학생들도 많으니 동네에 알리지 말라는 아들의 간절한 부탁을 뒤로하고, 동네 아줌마들에게 소문을 낸 것입니다. 창피했습니다. 모두가 내 허벅지 안쪽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투덜대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병은 널리 알려야 좋은 약이 나온다.’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좋은 민간 처방을 얻든지, 용한 약국 소문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이셨을 것입니다. 그 덕분인지 쉽게 나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설 수 있었습니다. 

 

감추고 싶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습진’이라는 이름이 다소 기분 나쁘게 들렸고, ‘허벅지 안쪽’이라는 위치가 부끄러웠습니다. 사실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사춘기 당시에는 그것마저 창피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 후 사역 인생으로 살아오면서 비슷한 경험을 자주 보았습니다. 사춘기도 아니고 부끄러움도 아닌데, 아프고 힘든 일이 생기면 감추고 싶어 하는 마음들을 보았습니다. 일부러 찾아다니며 알릴 필요가 없어서 그러기도 하고, 치료의 절차가 신속하여 알릴 여유가 없기도 했습니다. 뒤에서 쑥덕쑥덕 가십하는 것이 싫어서 그러기도 하고, 곧 형편이 좋아질 것이니 알리지 않기도 했습니다. 아픔의 종류와 병의 정도에 따라 다르기도 했으며, 때론 교우들에게 알릴 길을 몰라 그러기도 했습니다. 아주 가끔은, 일부러 꼭꼭 감추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기억합시다. 널리 알릴 필요는 없지만, 감출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는 가족이고, 가족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가족은 서로를 위해 가장 진솔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먼저 알립니다. 가족에게 좋은 일, 궂은일, 아픔, 기쁨 등의 경계선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다 나의 것이고, 모든 것이 다 너의 것이 됩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일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신앙으로 맺어진 가족이니까 그렇습니다.

 

주보 5면에 공동체 기도가 있습니다. 다소 형식적인 제목들이 늘 맘에 걸렸습니다. 주보에 구구절절 자세하게 알릴 수는 없으나 그래도 기도할 수 있는 내용은 전달하자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하려는데 모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1, ‘제18차 14일간의 약속’이 끝나는 주일(10.15)부터 기도 제목을 조금 더 명시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원종훈(전립선암 2기 수술 후 회복’ ‘000(금주 항암치료 두 번째)’와 같습니다. 2, 물론 본인의 허락을 받겠습니다. 질병뿐 아니라 다른 중요한 기도 제목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교회 공동체 신앙 가족의 사랑입니다. 3, 어떤 기도 제목도 가십거리 삼지 말아야 합니다. 가능한 대화의 화제로도 삼지 마십시오. 신앙 가족의 기도 제목은 기도가 우선이요 기도가 전부입니다. 4, 일정 기간 기도 제목을 올린 후 다른 기도 제목 때문에 주보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목 수록이 내린 것이지 우리의 기도가 내린 것은 아닌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족의 기도는 공감이자 사랑이며, 어려움을 겪는 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와 힘입니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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