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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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갑작스러운 부음訃音을 들었습니다. 장인어른의 부음은 어느 정도 예견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충격이 컸습니다. 동년배이고, 같은 신학교 출신이자 같은 노회원이었으니 그랬고, 만날 때마다 반가운 사람이었고, 늘 건강한 모습이어서 더욱 그랬습니다. 주일 예배 후 사역자 회의까지 마치고 월요일 오전에 세상을 떠났으니, 가족은 두말할 것 없고 소식을 듣는 사람마다 모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목사를 보내는 장례 설교를 하려니 마음 가볍지 않아 피하고 싶었지만 말씀 심부름꾼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말씀 준비하며 그 목사님의 삶, 사역, 사랑, 죽음을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생각할수록 생명의 주인 앞에 더욱 겸허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왕복 열한시간 동안 홀로 운전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머릿 속을 오가던 것 중 하나가 [준비]였습니다. 이 세상에 보내신 분이 소환하시면 어김 없이 가야하는데, 나는, 우리는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가? 아직 아니라면 생각해 볼 일입니다. 준비는 안되었는데, 시간이 되었다면 낭패이기 때문입니다. 마음, 감정, 가족, 주변, 재산, 사역, 삶의 언저리에 남을 관계 등 떠날 준비가 적지 않습니다. 이 모두 사랑으로 할 ‘떠날 준비’들입니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떠날 준비]를 하며 삽니다. 문득 자기 나이를 생각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갑작스런 어려움을 볼 때, 지는 해의 아름다운 이면을 생각할 때, 그리고 장례식에 참석할 때마다 ‘나도 떠날 날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삽니다. 그런데, [보낼 준비]는 마치 소외된 영역 같습니다. 노년의 부모님들을 보내드려야 할 마음 준비는 하는데, 함께 사는 사람들이나 친구들을 보낼 준비는 잘 안됩니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고, ‘나’ 중심으로 생각하니 ‘너’ 보낼 생각은 미처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보낼 준비]를 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많은 준비가 있겠으나 이렇게라도 준비해봅시다. 지금 내 말이 그 사람이 세상에서 듣는 마지막 언어일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지금 내 표정이 그 사람이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지금 내 마음이 그 사람이 세상에서 느끼는 마지막 감정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내가 만난 사람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나와 함께 살던 사람에게 행복한 미소를 남겨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중학생 동생 앞에서 ‘누룽밥…. 누룽밥…’ 하며 통곡하는 누나를 보았습니다. 그 전날 누나에게 ‘누룽밥’을 해달라고 했는데, 그 날따라 피곤하여 나중에 해준다 했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났으니, 동생에게 그렇게 잘해주었던 누나는 ‘마지막 사랑의 기회’를 놓친 것 같아 힘들어 했습니다.
‘내가 떠날 준비’는 내가 제대로 살 수 있는 지혜를 주며, ‘너를 보낼 준비’는 그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열어줍니다. 시간, 나이, 환경, 건강 따지지 말고, 누구나 떠날 준비, 누구에게나 보낼 준비, 하며 살아갑시다. 그렇게 하다보면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하나님 앞에 설 준비’가 제대로 되어 갈 것입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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