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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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이시는 사랑

관리자 2022.09.03 20:20 Views : 69

어린 시절 어머니가 밥짓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새벽기도 다녀오시면 바로 부엌에 들어가 불을 지피고 밥을 안칩니다. 아궁이에 왕겨를 넣고 그 밑에 풀무를 살짝 밀어 넣으며 바람을 일으킵니다. 불이 붙었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왕겨는 석탄과 달라 계속 바람을 공급해줘야 합니다. 풀무질을 하다가 틈이 생기면 반찬을 만드십니다. 일년 내내 김치가 주 반찬이지만, 가족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만들려다보니 힘이 듭니다. 도마 칼질을 하다가 다시 아궁이 앞에 앉아 풀무질 하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아침상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고생을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인양 아침상을 받고 제 갈길로 빠져나갔습니다. 네 딸들과 두 어린 아들들이 학교 간다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설거지도 언제나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내가 먹는 밥 한끼가 그냥 된 것이 아니었음을, 나이 들어가며 알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어머니의 말로 다할 수 없는 희생적인 수고는 물론이고, 집 안에 쌀독이 비지 않도록 애쓰셨던 아버지의 외롭고 무거운 땀 방울도 알았으며, 우리 집에 오기까지 여러 번 거쳤을 이름도 알 수 없는 상인과 농부들의 마음까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밥상에 앉아 먹는 한 끼가 많은 분들의 수고 덕분이었고, 그분들이 있어서 행복을 먹을 수 있었으며, 그분들이 있어서 키와 마음이 조금씩 자랄 수 있었습니다. 

 

육신의 밥만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다니기 시작한 교회 [밥]이 그랬습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걸음마 시절에, 어머니 말고도, 누군가 기도를 가르쳐주었을 것입니다. 누군가 성경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손을 대고 축복했을 것입니다. 국민학교 이후 말씀을 먹이고 사랑을 베푼 여러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장년 교인수가 사백이 넘어도 담임목사와 심방여전도사 뿐이었던 시골 교회에는,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장로님들이 설교하셨습니다. 분반공부 때는 선생님들이 온 맘 다해 가르치셨습니다. 모든 것이 신나고 재미있었으며, 감동되도록 유익했습니다. 이들은 어린 나에게 예수님을 사랑하는 신앙을 만들어주었고, 예수님 따라 살도록 본을 보여준 ‘어른’이었습니다. 지금에야 나이를 계산해보니 젊은 분은 이삼십대였고, 장로님들은 오육십대였으며, 심지어 십대들도 있었는데, 어떻게나 헌신적으로 가르치고 사랑해주었는지 모릅니다. 지금은 천국에 가신 분들도 많지만, 생각날 때마다 고마워하고 그리워하며 존경합니다. 

 

밥은 [생명]이자, [사랑]의 표현입니다. 누군가 만나면 밥 한끼 먹자고 손 이끄는 것은 [마음] 담긴 사랑입니다. 해줄 것이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에, 어머니는 반찬 없는 밥으로 사랑을 가득 주셨으며, 교회 선배와 어른들은 정성스레 말씀밥으로 고픈 시절의 우리를 먹이셨습니다. 지금은 먹을 것이 너무도 풍성합니다. 책과 영상으로 쏟아지는 말씀이 많고 세미나와 집회 등 유익한 것이 차고 넘칩니다. 그래도 허전하게 속이 비어감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이 먹는 음식보다 더 많은 세상에, 몸이 아파도 가족 밥 한 끼 지으러 일어나던 옛 어머니들의 [마음]이 그립고, 상에 둘러앉아 쌀한톨까지 맛있게 먹어치우던 행복한 시절이 사무치게 생각납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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