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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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선생님, 올 크리스마스는 비가 온다 합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은 다소 실망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고 그 흔한 파티와 무관하게 살아도, ‘화이트 크리스마스’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강아지와 아이들만 뛰논다는 함박눈이 그리 좋으니, 아직도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선생님의 여러 모습이 생각납니다.
K 선생님,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시골 예배당이 생각납니다. 막 껍질을 깨고 나온 털북숭이 병아리 같은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하나님 세상을 보게 해주시던 돋보기 같았습니다. 뭔가 새롭게 알아감이 어찌 그리 행복했는지, 꾸지람조차도 거부할 수 없이 달콤한 사랑이었습니다. 작은 우리들의 마음에 큰 이름 예수를 심어주기 위해 쏟으신 정성이 태산을 이루었고, 그 정성 먹고 자란 아이들은 이제 노년이 되어 같은 정성으로 땀 흘리고 있습니다. 방석 하나 깔고 앉아야 무릎 기도에서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고, 호명하시던 목소리는 아직도 귓전에 울리는데, 뵙지 못한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기약조차 사치스러운 부끄러움이 되었습니다.
K 선생님, 빨강 벽돌 첨탑의 비밀스런 공간 위 십자가는 물론이요, 하루에도 몇 번 쩌렁쩌렁 귀 막을 울리던 종탑의 굵은 밧줄 하며,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부러지기 쉬운 위용을 자랑하는 두 그루 감나무까지 눈에 선합니다. 예배당 뒤 가마솥 걸쳐 놓은 작은 토담은 여기가 부엌이라는 경계선이었고, 계절마다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 차던 화단들은 천국의 이미지였습니다. 어쩌다 지붕에 올라가면 이쪽 담 넘어 누가 살고, 저쪽 담 아래 누가 사는지 다 보였고, 머리 위로 스치는 바람은 땅에서 느끼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앞서가면 우리가 뒷 서 따랐고, 우리를 앞세우시면 선생님은 뒤따라오셨습니다. 앞이든지, 뒤이든지, 선생님은 언제나 우리 곁에 계셨고, 지금도 그 가르침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K 선생님, 크리스마스면 정말 좋았습니다. 지붕에서 땅으로 내려 달린 전구가 황홀했고, 축하 순서 준비 시간들은 지금도 마음에 남은 보물입니다. 나중에야 예수 탄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지만, 그때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가장 즐거운 날이기만 했습니다. 두어 달 연습 속에서 주님을 알아갔고, 모이던 시간만큼 교회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즐겁기만 하던 그 시간들을 통해, 놀아도 예배당 마당에서 놀고, 힘들어도 예배당에 엎드리라던 이유를 알아갔습니다. 그러는 동안 예배당은 내 자리, 우리들의 처소가 되었고, 날마다 교회에 오는 것이 작은 세상, 작은 아이가 느끼던 행복이었습니다.
K 선생님, 2023년 크리스마스가 되니, 지난 시절의 크리스마스가 달려옵니다. 앞 날의 크리스마스로 달려갈 시간을 생각하며, 그리움과 함께 감사를 전합니다. 예수 탄생의 기쁨을 알게 해주셨고, 예수 탄생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잠깐 사이에 많은 크리스마스를 지나온, 사랑하는 사람, 종훈이가 드립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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