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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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기도’를 많이 보고, ‘기도소리’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잠에서 깨어 다시 잠자리에 들때까지 기도는, 시간적으로 생활의 일부였고, 의미적으로 생활의 전부라 할 수 있었습니다. 남다른 기도의 능력이 있거나 기도를 많이해서가 아닙니다. (어린아이가 무슨~!) 말도 안되는 동생의 기도에 피식 웃기도 했고, 할머니 기도가 길어지면 한 눈 떠서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었습니다. 기도가 뭔지도 모르면서도,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마치라 배운대로 했으니, 그때가 오히려 순수했었습니다.
사전에는 ‘기도’의 뜻을 여러 종교에 적용하여 풀어놓았지만, 내게 ‘기도’란 딱 한 군데 사용되는 특별한 단어였습니다. 다른 것은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신앙의 눈이 조금 더 열렸던 어느 때, 하나님께 드리는 내 기도 중에도 기도가 아닌 것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신학적 ‘기도론’의 틀 때문이 아닙니다. 교회에 앉아 있지만 대상이 흐린 이야기가 이어져 가는 느낌과 멋들어진 ‘나의 소리’가 향방없이 허공을 진동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짜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님 앞에 앉아있기만 해도, 그것이 [기도]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편의상 기도를 세가지로 나눕니다. ‘필요의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만 속사포 쏘듯 말하고 일어나는 기도입니다. 마치, ‘내가 다음에 다시 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꼭 해놔야 합니다.’ 반명령조의 마음을 품고 말입니다. ‘일상의 기도’는 그나마 낫습니다. 하루를 같이 살아가는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이니 말입니다. 다음은 ‘관계의 기도’입니다. 이는 나를 하나님께 더 가까이 이끄는 기도입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때문에, 그 분의 속성 때문에 드리는 기도입니다. 이 기도 안에 아이와 어른이 없습니다. 무거운 짐도 없습니다.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좋은 사람처럼, 생각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득한 대상처럼, 그냥 좋은 시간입니다. 형식도 없고, 시간이 짧거나 길거나 상관없습니다. 그냥 좋은 시간이며, 그냥 감사와 감탄만 가득합니다.
원망을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칭찬도 하다보면 익숙해집니다. 어느 쪽으로 익숙해질 것인가는 자신의 결정입니다. 비 맞으면 비가 옷에 젖고, 연기나는 곳에 가면 연기가 온 몸에 스며듭니다. 삶이나 사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것이 나에게 스며들지 허락과 불허 역시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기도도 그렇습니다. ‘어떤 기도’에 익숙해질지,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필요와 일상의 기도가 잘못은 아닙니다. 그런데 거기에만 머물기에는 하나님에게 연결된 우리 인생이 소중합니다.
요즘 청교도들의 영성 깊은 기도를 새벽마다 읽고 있습니다. 성도들이 그 기도, 그 기도의 영성에 젖어들고, 스며들며, 익숙해지기를 바래서 입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오기, 하나님 앞에 앉아있기, 하나님 생각하기, 하나님 기뻐하기, 하나님 소망하기가 필요와 일상보다 더 익숙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그런 내가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그런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올 가을엔,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 하나님을 더욱 사랑해보시기 바랍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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