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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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三月입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서면 가슴이 뜁니다. 아직 가슴이 뛴다고 놀리실 지 모르겠는데 그렇습니다. 이 나이에도 설레는 가슴 누를 길 없습니다. 삼월이 시작하는 날에 아내와 평생언약으로 혼인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어른들이 모두 삼월에 천국으로 이사하셨습니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해는 다르지만 각기 삼월의 어느 날 몇 일 사이로 가셨습니다.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어른들의 살아생전의 모습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덧 삼월의 추억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하지만 저를 설레게 하는 것이 이것 만은 아닙니다.
삼월은 늘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계절적으로 봄이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요, 입학식, 개학식 등으로 새로운 시작을 반복했습니다.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학교]를 시작한 이후 새 교과서를 열어보는 신비스러운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온 세상이 이 책에 들어있는 것처럼 흥분되곤 했습니다. 새로운 교실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며 내 자리에 앉을 때의 기쁨은 두고두고돌아보아도 좋은 느낌입니다. 새로운 학교에 진급할 때의 삼월은 더욱 그랬습니다. 교복 속에 쏘옥들어간 내 작은 몸도 상급 학교 만큼이나 큼지막하게 느껴졌고, 주머니 많은 검정 교복을 받아 들면 왜 그리 좋았던지 모르겠습니다.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여 좋은 교복을 살 수는 없었고, 한꺼번에 교련복이나 체육복까지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웠지만, 그래도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기는늘 좋았습니다. 미국에 오니, 그 새로운 시작이 구월이어서 어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삼 십년 살아온 미국인데도 저에게는 아직 삼월이 새로운 시작입니다. 여기저기 땅이라도 밟아줘야 할 것 같고, 봄 나들이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얼마전에는 학교가는 꿈도 꾸었으니 삼월은 아직도 내 삶의 운동장에 있나 봅니다.
태산처럼 쌓여 있는 눈도 서서히 녹고 있습니다. 한 주간 일기예보를 보니 이른 봄비에 온도는 50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지 아래 숨어 있던 봄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나무마다 새롭게 단장할 푸른 생명이 땅 아래 어디선가 꿈틀거리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봄이 시작하는 시간에 우리도 무엇인가 시작해 봄이 어떨까요? 가슴 설레는 것을 해보세요. 옷을 가볍게 입고 길을 걸어보세요. 아직은 찬 기운이 몸에 와 닿겠지만 그마저도 봄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창을 열고 겨우내 묶은 먼지들을 보내주세요. 온 방에 새로움을 가득 넣으면 삶이 새로워집니다. 마음을 열고 오래된 잡념들을정리해보세요. 눈이 열리고 길이 보일 것입니다. 샌드위치 하나 들고 가까운 공원에 나가보세요. 봄에 겨울을 살지 않고 봄에 봄을 살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입니다. 움츠러들지 마세요. 허리를 펴고 걸으세요. 사춘기, 갱년기, 사추기, 노년기, 우울기 등 세상이 나를 뭐라 이름하든, 큰 숨 쉬며 당당하게 걸어가세요. 우리가 사는 봄의 특권입니다.
내일이면 三月입니다. 코로나로 짓눌린 어깨 펴고, 마음껏 봄을 누려보세요. 언젠가는 누릴 수 없는봄의 특권, 지금 누려보세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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