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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457): 참말과 거짓말의 선후
물론 참말과 거짓말의 선후는 누구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그 선후관계가 확실하다. 참말을 부정하기 위해서 거짓말이 따라 나온 것이니 참말이 먼저 존재하고, 그 참말을 부정하기 위한 거짓말은 후발주자란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온 우주 만물은 그것들을 지으신 창조주의 뜻으로 존재케 되었지만, 언어를 가진 존재는 사람뿐이라는 사실을 먼저 기억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피조물은 각각 ‘그 종류대로’ 창조되었지만,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다는 사실은 창조주의 선언이다.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 우주 만물과 하나님의 관계만큼 사물과 사람의 관계 역시 특별히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개나 소나 나무나 풀이나 모두 생명체로서 같다고 말하면, 그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보다 더 큰 인간의 자기 비하나 창조주에 관한 모욕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끼리의 소통을 위한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은 동물들에게도 말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훈련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언어는 어디서,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을까? 민족 혹은 종족끼리 어떻게 같은 언어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을까? 본인이 여기서 다른 여러 말로 이야기하면, 무식하다는 말을 듣겠지만, 나로서는 언어 기원에 관한 책을 읽지도 않았고, 읽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나로서는 창조주의 창조질서에서 실마리를 찾아가는 편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고, 창세기를 다시 펼치게 되었다.
창조의 시작과 끝이 모두 하나님의 언어 시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언어의 시작은 창조주이시고, 그분의 언어 시작과 그 결과가 피조물로 등장한다. 그 결과를 보신 하나님께선 ‘좋다’라고 선언하셨다. 하나님의 말씀 결과로 나타난 피조물이 ‘좋다’는 선언이다. 하나님의 언어 시작으로 만물이 나타나게 되었고, 그 결과를 ‘좋다’라는 말씀으로 표현되었다. 언어 시작의 결과가 피조물이고, 그 피조물에 대한 하나님의 평가가 ‘좋다’였다. 비교급, 최상급이 아닌 원형의 시작이다. 하나님의 원형보다 더 좋고, 가장 좋다는 건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 더 좋고, 가장 좋다는 표현이다. 좋은 것이 참이라면, 좋은 것의 변형은 좋지 않은 것이다. 거짓이란 말이다. 이것이 언어의 과장법이고, 과장법으로 거짓이 시작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하나님의 원형인 참말이 사람에 의해서 거짓말이 되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좋다’라는 원형으로 만드시고, 사람들이 참말, 곧 하나님의 진리를 따르기를 바라셔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한 그루를 심으시고, 죽음의 경고로 금하셨다. 그 열매를 따 먹고 하나님의 원형을 부정하면, 하나님의 원형인 ‘좋다’는 창조질서가 무너지게 돼 있다. 인위적으로는 누구도 그 원형을 회복시킬 수 없기에 하늘과 땅, 거기에 있는 모든 피조물이 고통을 겪게 돼 있다.
물론 그로 인해 죽음의 고통을 당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욥기에서 한 사람 욥이 고통 중에서 그의 세 친구로부터 온갖 종교적인 말들로 더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욥에게 나타나셔서 하나님의 창조질서인 원형을 벗어나면, 그것이 곧 고통이요, 죽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셨다(욥38-41). 욥이 잃은 가족들과 부가 모두 회복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고통이 끝나고 행복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 그런 회복으로 인간의 고통이 사라진다면, 주님께서 인자로 오셔서 겪으신 십자가의 죽음이 필요치 않다. 우리 모두의 죄가 해결되지 않는 한 욥이 겪었던 고난은 언제든 어디서든 또 누구에게서든 계속될 것이다. 한 마디로 참말인 하나님의 언어의 원형이 사라지고, 이념으로 뭉쳐진 보다 큰 목소리의 거짓말이 우리의 모든 언어를 거짓말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거짓말의 집단화와 단일화가 타락한 인간들이 뭉쳐서 힘을 키워놓았기에 그 힘을 좇다가 거짓에 빠졌기에 누구도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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