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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16): 풀대 지팡이의 의미

 

글 제목이 풀대 지팡이의 의미라니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우선 나 역시 지팡이가 필요할 만큼 늙었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지팡이에 얽힌 그 뜻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안식년을 맞아 집에 왔던 우리 아들내외가 임지로 다시 돌아가면서 내게 지팡이를 선물하고 간 걸 보면 아들의 눈에도 내게 지팡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나에게 두 개의 지팡이를 사주었지만, 나는 아내와 하나 씩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물론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지팡이도 있었지만, 누가 지팡이를 사용하면 그는 약자이고, 그의 지팡이는 그의 약함을 돕는 도구이지만, 그의 약함을 드러내는 약자의 상징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은 오후 3시 쯤 걸으러 가면서 우리 둘 다 지팡이를 사용치 않기 하고 주차장과 연결된 숲속 길로 들어섰다. 우리가 주로 걷는 곳은 센트럴 길 남북으로 넓게 자리 잡은 산림보호구역인데 오늘은 옥톤 칼리지 북쪽 산림보호구역 쪽을 택해 북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북쪽으로 약 35분쯤 걸어 올라가면 그 산림보호구역 안엔 일부로 조성해 놓은 풀밭이 있다. 여러 가지 들꽃들과 다양한 풀들이 서식하는 것이다. 그 중 한 곳은 둘레가 내 걸음걸이로 500보가 된다. 내 키보다 훨씬 큰 풀들이 초록색을 잊고 모두 가을 색깔인 진하고 연한 갈색으로 변했고, 그 주변은 오솔길이 생겨 가을을 걷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마른 풀들이 내 키를 넘어선 곳이 많아 늦가을에 붙잡혀 색다른 가을을 보다 만끽할 수 있다.


나는 아내와 함께 그 풀밭의 오솔길을 거닐고 있었지만,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아마도 평소와는 달리 손에 지팡이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터. 별로 힘들다고 생각되지 않았기에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걷다가 오른 손에 붙잡힌 마른 풀대 하나를 꺾어 들었다. 물론 지팡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가늘고 약한 마른 풀대였다. 그런데 내가 오른 손에 그 풀대를 들고 살짝살짝 땅을 짚기도 하고, 그냥 흔들면서 걷는데 이상하게 내 몸에 균형이 잡혀지고, 뒤뚱거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손에 쥔 약하고 가는 풀대 하나였지만, 내 몸의 균형 잡기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 아무리 약한 마른 풀대 하나라 할지라도 내가 의지하는 그 지팡이는 나와 일심동체를 이뤄서 서로를 돕는 존재가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만약 누가 지팡이 하나에 자신의 온몸을 모두 맡긴다고 생각해 보라. 더구나 그 지팡이에 자신의 온 몸을 모두 맡긴다면, 결국엔 앉았다가 일어서는 것도, 또한 험한 길을 걷는 것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팡이는 자신을 의지하는 사람이 일어서는 것을 도와줄 수 있고, 걷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앉은 자를 일으켜 세우거나 못 걷는 자를 걷게 할 수는 없다. 지팡이와 그 지팡이를 든 자는 그저 서로를 돕는 상호의존 관계의 동반자일 뿐이다. 사람이 지팡이를 전적으로 의존할 수가 없고, 지팡이가 사람을 책임질 수 있을 만큼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팡이와 지팡이를 든 자는 어느 한 편이 다른 한 편을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다만 서로 돕는 배필과 일심동체이다.


나는 풀대 지팡이의 효능을 실감하고 아내에게도 풀대 지팡이는 사용토록 했다. 아내에게도 그 풀대 지팡이는 몸의 균형을 잡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하고, 그 풀대 지팡이를 붙잡고 한 시간 정도를 걸으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고, 주차장에 올 때까지 손에 부러진 걸 들고 있는 걸 보았다. 나는 한참을 걷다 보니 풀대 지팡이가 저절로 부러졌다. 그러나 버리지 않고, 그대로 손에 들고 걸다 주차장에 와서 풀밭에 버렸다. 풀대 하나라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엔 아무 것도 들지 않으면 몸의 균형이 깨질 수 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팡이는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사람과 지팡이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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