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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51): 우린 요즈음 편히 잘 쉬고 있는가?

 

어쩌면 오늘의 세대가 생전 처음 경험하는, 온 세상을 전염시킨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뜻밖에 편안한 안식을 준 것처럼 생각할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손도 자주 씻고 마스크로 코와 입을 틀어막고 완전무장을 해 답답하고 귀찮기도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쉴 수 있으니 모처럼의 안식을 행운으로 여기고 만끽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이런 사태 속에 갇혀 지내는 현실이 정말 너와 네가 바라는 쉼일지에 대해서 어찌 의심이 가지 않겠는가? 어쩌면 어리석은 나만의 가정일 뿐, 누구도 전염병이 만연한 이런 사태 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집에서 자가 격리된 채 갇혀 있는 것, 역시 쉼이야라고 말할 좋아할 사람은 없을 듯싶다. 그래서 이런 답답한 상황이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길 소원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 적이 있다.

 

아무튼 코로나가 준 쉼? 이건 진정 쉼일 수가 없다. 자신이나 남들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바라는 쉼일 수는 없을 터. 더구나 쉼은 인간 개개인이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이 무슨 뜻일지 묻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저절로 진화되어서 자신을 관장하는 주인이 없으면 몰라도, 지음 받은 피조물로 창조주인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마음대로 쉴 수가 없다는 확실한 사실쯤은 누구든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구에게든 주인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그 주인의 종이다. 보다 좋은 표현이 있다면, 주인을 위해 봉사하는 자(servant)이다. 종은 주인이 쉬면서 자신에게 선물처럼 베풀어주는 쉼을 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종의 안식이다. 직업이 없어서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것이 쉼이 아니고, 주어진 일을 하고서 주어진 쉼을 쉬고, 또한 일한 대가를 받는 자의 쉼이 진정한 쉼일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께서 함께 쉬자며 불러 누리고자 하신 쉼이 진짜 쉼이요, 평안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지음 받은 인간은 쉼에 있어서만큼은 자기 마음대로의 자유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에덴동산에서 선언되었다. 인간은 애당초 자신이 쉬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물론 인간이 죄를 짓고 나서 쉼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을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그분을 떠난 이후의 쉼은 자기 마음대로였지만, 죄를 짓기 이전의 쉼은 마음대로가 아니었다. 누가 아무리 쉬고 싶어도 먹고 살기 힘들면 편안한 쉼을 갖는 게 오히려 사치일 수 있듯이 더구나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면, 자신을 거느리고 있는 주인의 동의 없이는 마음대로 쉼을 가질 수가 없다.

 

어느 부잣집 둘째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자기 몫이란 재산을 받아 아버지를 떠났지만, 모든 재산을 탕진해버린 후 결국 남의 집 돼지를 치는 종노릇으로도 굶주림을 면치 못했던 그가 아버지를 떠났던 그의 자유가 오히려 그에게 패배를 안겨준 걸 보게 된다. 자유는 혼자서 누리는 것이 아니다. 생명관계가 끊어지더라도 누릴 수 있는 자유는 그 어디에서도 누릴 수가 없다. 결국 그가 아버지의 집으로 되돌아가서 아버지가 주는 쉼을 쉴 수 있었을 때, 그는 진정 자유인이다(15).

 

자유인이란 신분을 잃으면 자동적으로 쉼조차 잃게 된다. 자유와 쉼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쉼을 잃으면 평안도 잃는다. 오히려 두려움이 찾아온다. 사람들이 마음의 평안을 잃었을 때 마음을 다스리는 치료법이 아니라, 영적 자유인의 신분을 회복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요즈음 집에서 갇혀 지낸다. 쉼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택연금이다. 우리 아들내외 중 며느리가 코로나 검사에 양성이 반응이 나왔기에, 그들이 미시간으로 자가 격리 하러 간 사이 우리 딸이 검사한 결과 아내가 양성 반응이 나왔기에 스스로 집에 갇혀 지내고 있다. 이건 진정 쉼이 아니다. 물론 우린 특별히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런 것이 쉼이라면 기꺼이 사양할 준비가 돼 있다. 세상을 온통 감옥으로 만든 바이러스의 구속만큼은 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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