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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71): 시원찮은 봄, 그래도 귀한 훈장

 

우리 딸이 알면 혼(?)이 날 터이지만, 집에만 갇혀 있으니 다리에 힘이 빠져서 아내와 함께 글렌뷰 갤러리 공원으로 걸으러 갔다. 공원둘레를 한 번 돌면 1.8마일이니 그리 한 바퀴 도는 것은 무리가 아니고, 더구나 호수주변과 어울리는 야생꽃밭이 우리 눈길을 잡아당겨 천천히 걷게 하기에 보다 진한 즐거움을 안겨주니 피곤을 잊고 기쁘게 걸을 수 있어서 좋은 쉼터이다


그 공원을 거닐면서 내가 계속 관심을 두게 된 새 한 마리가 있다. 몸 전체가 검기에 검은 새, 블렉버드(blackbird)이지만, 내가 관심을 두는 새는 양쪽 날개에 빨간색과 노란색깔의 훈장 같은 것을 지니고 있어서 '빨간색 날개 검은 새(red-winged blackbird)'라 정식으로 이름 붙여진 독특한 새이다. 몸통이 모두 검은 색이라서 검은 새이지만, 유독 빨간 색이 양쪽 날개 같은 위치에 균형을 잡고 있어서 제법 긴 이름을 지녔나 보다. 아마도 내가 이름을 붙인다면, ‘올림픽 금메달리스도 검은 새라 이름 붙여주고 싶다. 양쪽 날개의 붉은 색과 노란 색이 31의 비율로 마치 훈장을 지닌 새처럼 보여서 독특하고 예쁘다. 검은 새라 부르기엔 미안할 만큼 몸매가 날씬하다


하지만 내가 오늘 특별히 그 새를 보면서 고독을 생각해 본 것은 그 공원에 많은 거위나 오리나 갈매기나 참새들이 모두 집단으로 움직인다면, ‘빨간 색 날개 검은 새는 동류의 새와 함께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풀밭에 앉아 있든, 나무 가지에 앉아 있든 늘 혼자 있기에 내 눈에 더 잘 들어섰는지 모른다. 사실은 양쪽 날개에 훈장이 돋보여 눈에 잘 들어온다. 혹시 사람들이 말처럼 고독을 즐기는 새일까,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3년 정도는 관찰한 것 같은데 언제나 혼자서 날고 혼자 앉아 있다. 작년에 그 공원에선 그 새의 산란기에 그 새의 사진이 부착된 팻말이 큰 나무 아래 꽂혀 있는 걸 보았다. 고개를 들어서 나무 위를 쳐다보지 말라는 경고였다. 알을 품고 있는 새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 생각하고 위를 보지 않았다. 갤러리 팍에선 그 새를 극진히 보호하고 있었던 것. 아마도 그 개체수가 적어서 보호차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집에 와서 그 새의 생태를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그 새의 고독한 자세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인터넷 동영상을 보니 고독을 즐기는 새는 아니었다. 무리지어서 소리 내어 즐기는 모습이 오히려 다른 새들을 압도하는 걸 보았다. 이 공원에 있는 그 새의 개체수가 적기 때문에 한 마리 씩 따로 고독하게 보였던 것이다


애당초 고독을 즐기는 새라면 그런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즐거워하지는 않았을 터. 내 결론은 이렇다. ‘빨간색 날개 검은 새는 홀로 고독을 즐기기보다는 가족이 적으니 혹은 친구들이 적으니 무언가를 기다림의 고독을 보여준 새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고독한 처신이 그의 삶이요 운명이라면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필요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단지 검은 새라면 우선 까마귀 같은 둔탁한 소리가 연상되지만, 그의 소리는 양쪽 날개에 붙은 훈장이 괜한 게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그 소리가 무척 아름답다. 살짝 떨리는 소리인데 우선 깨끗하고 청아하다


그의 소리는 남을 부르는 소리와 노래하는 소리가 다르다는데, 내가 그 소리를 듣고 분간할 수는 없지만, 우선 그의 소리가 아름답다는 건 부인할 수가 없다. Corona pandemic때문에 어느 때보다 우울한 금년 봄에 어쩌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 걷고 있는 중인데 드믄 드믄 내 귀에 들어오는 그 새 소리는 바이러스 같은 우울하고 기분 나쁜 종자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 단순히 새 한 마리라도 하나님께서 그 종류대로 지으셔서 사람들에게 선물하신 자연은 하나님의 따스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에서도 그것들을 지으신 하나님의 마음을 읽으려면 어디서든 얼마든지 가능하고 금년 같은 우울한 봄에, 더구나 그 새를 보면서 하늘을 볼 수 있어서 단지 땅의 사람으로만 살지 말자라는 다짐도 해본다. 평생 훈장을 받은 적이 없는 내게 빨간색 날개 검은 새가 내게 주신 하나님의 훈장이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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