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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57): 하나님의 은혜에 관한 보다 깊은 뜻
우리 크리스천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오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무언가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는 것이 너무나도 일반적이고, 더구나 일방적이고, 상식적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의 은혜는 궁극적으로 우리들 일상의 삶을 편안케 해주고,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 역시 우리를 좋게 해주시는 은혜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가 너무 상식적이라고 생각되는 면이 조금이라도 엿보인다면, 좀 더 깊이 은혜를 묵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찰나적이나 시간 속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는 세상의 시간 속에서 이뤄지는 것들에 초점을 두지만, 그 속에서 쉽게 끝나고 또 변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의 본질은 곧바로 영원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은혜라는 말을 쉽게 이해하고 감사하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실 때는 하나님의 영원한 삶이 올곧게 모두 담겨져 있는 사랑, 그 자체라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은혜의 본질이 사랑이라면, 이젠 그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린 하나님의 은혜, 혹은 사랑의 본질을 너무나 자기중심적으로 쉽게 생각하며 흔한 남녀 간의 사랑쯤으로 오해한다.
나는 오늘 새벽에 ESV 영어성경을 필사하면서 역대상28장 11절을 만났을 때, 하나님의 은혜의 영원성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죄로 죽은 인간에게 베푸시는 은혜의 본질은 자비, 곧 불쌍히 여기심이다. 하나님의 자비가 사라지면, 하나님의 창조사역을 비롯해 모든 하신 일이 죽음의 선언과 더불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긍휼의 은혜로 죄로 죽은 자들을 다시 살려 그 동안 보호 중인 에덴, 다시 말해 하나님의 곁으로 다시 불러들이시는 그분의 역사가 곧 긍휼, 자비를 베푸시는 은혜의 역사란 뜻이다.
하나님께서 언약궤를 주시면서 그 위에 자비의 자리를 마련해 놓으신 걸 알았다. 시은좌(施恩座)(mercy seat)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하나님의 언약을 덮고 있는 것이 긍휼 곧 자비라는 걸 확인시켜 주신 하나님의 영원한 약속임을 알게 되었다(출31:7).
어느 어머니가 어린 자식을 사랑할 때 흔히 ‘아이고, 불쌍한 내 새끼!’라는 말이라는 걸 이해하면, 하나님 아버지의 불쌍히 여기심의 자비의 사랑 표현이 얼마나 크고 진실한 마음인 줄 깨닫게 된다. 여기서 우리의 반응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죄로 인하여 하나님의 자비가 필요한 존재임을 우리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나님의 은혜의 핵심은 긍휼이고, 자비 곧 불쌍히 여기심이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각자가 하나님 앞에서 불쌍히 여김을 받아야 할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각자의 정체성 확인이다. 하나님께 불쌍히 여기심을 바라는 간절함 외에 우리가 보여드릴 건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세상에서 잘되는 것으로 하나님께 우리 각자의 성공을 보여드릴 생각이라면, 하나님의 긍휼의 은혜와는 상관없는 자가 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이것은 자기 비하가 아니다. 겸손의 낮춤은 더더구나 아니다. 하나님의 긍휼의 은혜를 외면하면, 세상에서 구해야 할 더 좋은 것들이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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