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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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합니다. 무척이나 어색합니다. 새벽에 교회를 향해 가고 밤중에 집으로 돌아오던 일상 흐름이 멈추고 달라있음이 참으로 어색합니다.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새로운 일상의 훈련이려니 생각하며 생각 없이 낯선 동네 길을 걸어봅니다.
푸욱 쉬라 하셨습니다.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셨습니다. 건강하라며 밝은 미소를 보여주셨습니다. 선교지 외에 이렇다 할 해외 출타가 없던 데다가, 그나마 유럽은 초행길이니 국민학교 수학여행 가듯 다소 긴장해있었는데, 교우들의 마음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말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사랑은 말을 타고 전달되는 것이니, 교우들의 덕담과 격려 언어는 한없이 고마운 사랑입니다.
어쩌다 보니 ‘한 달 살기’가 된 노르웨이행을 앞에 두고 단단히 다짐한 것이 있었습니다. [간단한 짐 꾸리기]였습니다. 쉼에서 새로운 힘을 얻기 전에, 짐 꾸리기로 힘을 빼지 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끗했습니다. 물가가 비싸며 아시안 마켓이 변변치 못하다는 선교사님 부탁으로 산 물건들과 한 달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주는 중압감 때문에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다가 그만 큰 가방 두 개나 되었습니다. 골반 근처에서 집 나간 근육의 빈자리가 지난 몇 주간 부쩍이나 쓰리도록 쓸쓸했던지라, 짐 규모가 어떠한지는 일정과 몸, 그리고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가볍게 살자는 다짐으로 무거운 짐을 끌고나섰고,이왕 나왔으니 가는 길 마다 짐 하나씩 버리고 돌아가자 하지만, 비행기에서 준 냅킨이 튼실하다며 가방에 집어넣고 있으니. 이것도 두고 봐야알겠습니다.
두 번이나 갈아타는 빠듯한 항공 일정으로 공항 달리기도 했고, 긴 시간 무료하게 멍 때리며 앉아있기도 했지만, 그저 감사한 일뿐입니다. 새로운 목사님이 오셔서 잘 적응하고 있으니 감사하고, 장로님들이 의욕적으로 Bridge를 잘 하고 있으니 그저 감사합니다. 모든 교우들이 신뢰와 사랑의 길 함께 가고 있으니 더욱 감사하며, 장례식을 보고 올 수 있어서 감사하고, 다녀올 때까지 기다리시겠다 해서 그저 미안한 사랑의 감사일 뿐입니다. 마음 간 곳에 몸이 가지 못했으며, 이뤄야 할 손 수고를 미루고 온 것이 미안하기도 합니다. 비행기 안에서 공짜 카톡이 되니 감사하고, 복장의 자유로움이 주는 자유가 감사하며, 이른 아침 잠시 발코니 낮은 지붕에 걸친 파란 하늘 속으로 들어가 봄이 감사 감사할 뿐입니다.
아침 6시경, 밤새 날라온 비행기를 갈아타고자 암스테르담 공항에 내리자마자, 인적 드문 게이트 근처 카페에서, 아마 처음으로 내렸을 커피스러운 커피 냄새가 코밑으로 찐하게 스며왔습니다. 마시지 않았지만 마신 것 이상으로 행복한 커피였습니다. 그 순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교회 문 열고 들어올 때마다 익숙한, 마음 가득 너무도 익숙한 [그레이스 냄새]에 .... 잠시 멍하니 서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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