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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73): 하나님의 문화와 인류문화

 

사실 하나님의 문화를 말할 적엔 낙원이었던 에덴의 문화를 염두에 둔 것이고, 에덴동산은 단지 한 가정 부부가 살았지만, 그들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 그들의 필요를 아시고 하나님께서 하나하나 친히 꾸며주신 곳이었기에 사람이 손수 만든 문화와는 차원이 다른 곳, 하나님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기에 전혀 낯설지 않은 하나님의 문화 공간으로 하나님께서 친히 꾸미신 장소였다.

그렇다. 에덴은 하나님께서 사람과 더불어 어떻게 살고 싶어 하시는지 하나님의 삶의 문화의 집합체로 보아야 한다. 아무튼 에덴은 한 가정 한 부부가 살던 땅이었지만, 그곳에선 하늘에 계신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삶의 터전으로 친히 지으신 곳이다. 낙원은 결국 사람이 디자인해서 만든 작품이 아니라, 하나님의 빛나는 창작품이다. 에덴은 하나님께서 땅위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시기 위한 하나님의 낙원인 동시에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낙원이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나님께서 엿새 동안 하루하루 창조하신 것들이 빛이요, 시간과 하늘과 땅과 바다의 창조였고, 하늘과 땅과 바다를 채우신 모든 것들의 창조였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에 하나님의 형상과 그 모양을 따라 창조하신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이 누리고 살 땅으로 에덴을 지어주셨다는 건 에덴은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게 맞추어 꾸민 삶의 터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모든 것들을 꾸미셔서 그들이 살아가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도록 일일이 꾸며 주신 곳이란 의미에서 에덴은 하나님께서 최초로 이름 붙이신 고유명사로서의 지명이다.

에덴에서 쫓겨난 인간 세상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크고 작은 전쟁으로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늘 피 흘리기에 분주하다. 이곳에선 아이들이 서로 싸우다가 코피를 흘린 것을 본적이 없지만, 날마다 총칼에 의한 피 흘리기는 끊일 줄 모른다. 인간이 하나님과 결별하고 에덴의 동편으로 쫓겨나온 이래 형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살인죄로 시작된 피 흘림은 또 다른 피를 불러들여 보복으로 이어지게 돼 있지만, 하나님께선 죽은 아벨 대신 아담의 가정에 새로운 아들 셋(Seth)을 주셔서 피 흘리는 보복 대신 영적 가계를 오늘까지 이어지게 하셨지만, 그래도 지구촌 여기저기서 보복의 피 흘림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내가 당했으니 똑같이 아니, 더 심하게 보복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다. 그런 보복이 세상을 계속해서 피바다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동생의 피를 흘린 살인자 가인에게 하나님께서 내리신 형벌은 피 흘리신 보복조치가 아니었다. 아마도 가인의 부모 아담과 하와가 이미 죽음의 형벌을 받았기에 가만 두어도 시간 속에서 죽음을 맞을 것이기에 그대로 놔두셨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하나님께선 가인으로 하여금 그저 세상에 발붙이고 한 곳에 삶의 터전을 잡지 말고 유리하는 자가 되라 명하셨는지 모른다. 그러나 가인은 그 형벌을 참을 수 없다며 하나님께 너무 심한 벌이라며 항의한 걸 볼 수 있다. 아무튼 동생을 죽인 살인자 가인에게 하나님께선 낭만 시인의 삿갓을 씌워주신 것처럼 보여서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가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세상을 떠도는 삿갓 시인노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삿갓을 벗어던지자마자 에녹 땅을 차지하고 그곳에 도시를 건설하고 에녹 성을 쌓아 올려놓고 자신만의 인류 문화를 꽃피우게 된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렇다. 인류 문화는 이렇게 동생의 피를 흘린 형 가인의 문화로 시작돼 하나님으로부터 쫓겨난 에덴의 동편에서 더더욱 화려하게 꽃피워졌다. 어쩌면 인류문화의 시작은 살인자 가인의 비뚤어진 시심(詩心)에서 흘러나온 구린내 나는 시체꽃 냄새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인류 문화의 화려한 시작과 정착이 바로 가인의 피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면 너무 심한 비판일까? 결코 아니다. 그것이 오늘까지도 여전히 변함없는 진실이다. 인류의 유전인자는 붉은 색깔의 문화의 핏줄을 통해 보복적 언행을 양산하면서 변함없이 피 흘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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