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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75): 앉아서 하는 배구(sitting volleyball)

 

나는 장애인들의 여러 활동들을 뉴스를 듣거나 TV시청으로 조금은 알고 있을 뿐, 오늘처럼 그들이 국가 대항으로 펼치는 적나라한 배구 경기 모습을 시청한 적은 없었다. 오늘 나와 아내는 우연히 Youtube를 통해서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 장애인 국가 대항 배구경기를 시청하면서 승패와는 관계없이 그들의 삶의 진솔한 무게가 내 가슴을 내내 짓눌렀고, 밀려오는 감동도 진하게 경험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였는데, 나는 그런 류의 배구 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나는 여러 운동 중에서 배구 경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무척 배가 고팠던 시절에도 기회가 오면 어떤 운동이든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특히 배구를 좋아했다. 미국에 온 이후엔 나이도 나이려니와 먹고 살기에 바빠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딸이 고교시절에 학교에서 배구 선수로 활약했던 모양인데(우리 내외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그 선수 생활을 밑천삼아 고등학교 생물교사로 있으면서도 그 학교의 배구팀의 코치로 24년간이나 크게 활약하고 있다. 그의 두 아들을 중학교 때부터 모두 배구선수로 키워서 우리에게 그들이 일 년에 30여 차례의 학교 대항 경기를 거의 빠짐없이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기쁜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있다


오늘 TV로 시청한 그 경기의 이름은 앉아서 하는 배구(sitting volleyball)’였다. 비장애인들의 배구 경기와 규칙이 거의 동일하지만, 선수들 모두가 장애인들로 구성돼 있고, 선수들 중엔 의족이라도, 혹은 손이나 팔에 장애가 있는 선수라면 일어설 수도 있지만, 두 발이 없는 선수, 한 발이 없는 선수, 여러 장애인들이 함께 운동하기에 볼을 서브하고, 받고, 치고 하는 경기 전반이 모두 앉아서 움직이는 힘든 경기였다. 각 개인에게 가능한 여러 지체를 이용해서 볼을 따라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볼을 받고 볼을 올려서 때론 속공으로 혹은 대단한 힘으로 스파이크 공격도 시도하고, 거의 드러눕다시피 하면서 상태 편의 공을 받아 다른 선수에게 볼을 건네줘서 공격하도록 돕는 모습들이 가만히 앉아서 보기엔 너무나 눈물겨웠다. 배구는 손발, 무릎 그리고 어깨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보호대를 착용해서 자신의 약함을 보호하고, 강화시켜 그 힘을 사용하지만, 의수족을 사용해서 일어설 수 있다고 해서 일어서서 경기할 수는 없도록 돼 있다. 그래서 앉아서 하는 배구경기이다.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아니 그 장애를 이용해서 최선을 다하는 경기, 그들이 볼을 따라 움직일 땐 때론 기기도 하고, 때론 엎드리고, 대부분 엉덩이를 발처럼 이리저리 밀고 당겨서, 때론 자기 뒤로 볼이 흘러가면, 뒤로 드러누워 볼을 받는 모습도 보았다. 두 손이 있어도 미쳐 볼에 닿지 않으면 자신이 가진 한 발이라도 길게 뻗어서 볼을 받으려고 자신의 몸을 던지는 모습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


그들의 배구 경기에 조금 다른 규정이 있다면, 배구 코트가 작고, 네트 높이가 앉은 선수들에게 맞춰 낮고, 보통 배구는 서브를 넣을 때 자기 앞에 있는 코트의 선을 밟거나 넘으면 반칙이지만, 앉아서 하는 경기에선 서브하는 선수가 앉아서 볼을 칠 때에 무릎이 선을 넘어도 용납되었다. 물론 그들이 모두 장애인이기 때문에 봐주는 규정이 아니라, 정상인의 배구에선 서브를 넣을 땐 되도록 높이 뛰어올라 볼을 서브해야 상대편 코트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지만, 앉아서 하는 배구는 뛸 수가 없으니 되도록 무릎이라도 선을 넘어도 괜찮도록 규정한 것일 터.

아마도 선수들이 팀워크를 중시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일에 배구만큼 돋보이는 경기는 없을  것  같다. 누가 실수하든, 혹은 성공하든, 예외 없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누가 잘못했거나 실수 했더라도 선수 누구도 얼굴을 찌푸리거나 다른 선수를 비난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경쟁심이나 허영으로 하지 않는(2:3-4)’ 그런 겸손이 바로 그들의 힘이다. 겸손과 격려가 팀워크를 이룬다는 말이다. 어디든 장애인들을 위해 주차공간을 따로 설치해두는 것도 단순히 그들을 봐주기 차원의 시혜가 아니라, 더불어 살기 위한 상호 격려 차원의 조치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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