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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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교회가 좋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목회하시던 교회에, 어머니 품에 안겨 처음 출입한 뒤, 교회는 자연스레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사랑스러웠고, 모든 시절이 다 좋았습니다. 인자하신 목사님과 장로님들은 저에게 평생 어른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인자한 미소로 품어 주셨고, 앞서 행하여 교회생활을 알려주셨습니다. 하기 학교는 어린 마음 잠 못자고 기다리는 행복이었고, 크리스마스 잔치는 몇 달 전부터 준비하는 설레임이었습니다. 아무일 없어도 오가는 길에 들려 놀았고, 여기저기 구성 없이 난 거친 들풀 조차도 좋았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만나는 고난주간은 일년 중 가장 엄숙한 시간이었습니다. 밥 차려주고 멀찌감치 물러 앉으신 어머니를 통해 금식을 알았고, 눈물로 말씀을 읽던 모습에 봄은 슬픈 계절이라 생각했습니다. 고난 주간의 무거운 분위기는 청년을 지나면서 저의 것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마음 깊이 아는 기회가 되었고, 몸이 상하도록 십자가를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난주간 뒤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부활주일이 참 좋았습니다. 죽음의 시즌에서 생명의 시즌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았고, 모든 것을 짓누르는 무거운 분위기가 끝나서 좋았습니다. 그 때부터 마음껏 봄을 즐기도록 허락된 것 같아 행복한 자유를 누렸습니다. 겨우내 맴돌던 죽음의 기운을 걷어내고 색을 달리 한 길거리 풍광이 마음 눈을 즐겁게 했으며, 어른들이 원족이라 부르던 봄 소풍 날을 기다리며 세상 끝에라도 가는 것처럼 들뜨곤 했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본질적인 기쁨보다, 부활주일에서 시작하여 어린이주일, 어버이 주일로 이어지는 가슴 따뜻한 날들이 마냥 좋기만 했습니다.
본질을 깨닫고 헌신하여 교육전도사를 시작하니, 즐겁던 절기들은 어느새 [사역]이 되어 있었습니다. 절기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절기에 맞는 활동을 하며, 유익하게 보내고자 나름대로 애썼습니다. 하나님 관련된 것이면 하나라도 허투루 하지 말자는 진지함이 있었던 때였습니다. 담당하는 학생들의 믿음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이 또한 본질의 기쁨보다 사역의 기쁨이었으니, 나의 절기이기보다 너의 절기가 되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억에 은혜와 감사로 남는 날들이 나의 기억엔 사역의 수고로 남아서는 안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균형이 찾았습니다. 본질의 기쁨과 사역의 즐거움이 다 있어야 했습니다. 50+50=100 이 아니라, 100+100=100의 계산이 필요했습니다. 말로는 쉬운 균형이 실제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으니 깨어 노력해야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고난은 고난으로, 부활은 부활로, 봄은 봄으로 맞이하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습니다.
부활주일이 봄에 있어서 참 좋습니다. 예수 부활과 봄의 분복, 배나 더 기쁘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특히 2021년, 지금은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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