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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감사절이 지났다.
오늘 하루는 소위 블랙 프라이대이이다.
미국에 와서 해마다 이 날을 40번이나 맞았지만, 아마도 우리 내외가 가장 실감하지 못한 채, 그냥 아니 의도족으로 지나쳐버리는 날이었는지 모른다. 이민 초기엔 블랙 프라이데이란 용어 자체가 우리 눈과 귀에 잠시라도 머물다 간 적도 없었고, 그 이후에는 그 날에 맞춰 무언가 필요한 것을 조금이라도 싼값에 사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던 터라 이래저래 블랙 프라이데이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날로 강물이 흐르듯 그렇게 흘러갔다.
금년 들어선 교회를 통해 특별히 감사할 마음이 생겨났기 때문인지 금년 감사절 다음 날에 다가올 블랙 프라이데이가 과연 어떤 날인지를 생각해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사람들이 목요일 감사절에는 주로 가족들과 뜻있는 만남으로 나름대로 의미있는 잔치를 치르며 기쁨과 감사로 하루를 즐기지만, 더욱 더 부픈 마음으로 맞게 되는, 어쩌면 보다 기쁜 금요일이 될 수 있는데, 왜 우울하게 '검다'는 의미인 블랙이란 형용사를 금요일 앞에 붙여서 블랙 프라이데이라 명명한 것일까? 혹시 적자보다는 흑자가 좋아서 붙인 이름일까,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감사절에 맞춰 팔다가 재고로 쌓이게 될 물건들을 조금 헐값에 팔아버리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장사를 위해서 새 상픔을 진열하려는 상술의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왜 하필 블래 프라이데이라 불렀는지, 그 역사적 근원을 찾아보려고 인터넷을 뒤졌더니 너무 씁쓸한 대답이 나왔다. 감사절이 지난 다음 날 그 동안 팔지 못한 물건들을 재고정리 차원에서 가난한 노예들을 불러내어 그들에게도 남들처럼 물건을 살 기회를 주는 날로 시작되었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 노예들 대부분이 흑인었다는 사실에서 블랙(black)이란 말이 유래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디어에선 그냥 노예들에게 물건을 헐값에 파는 날이라 설명했지만, 누가 의도적으로 흑인 노예들이 연상되도록 블랙 프라이데이라 명명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왜 사람들은 매사에, 돈벌이에서조차 피부색깔을 들먹이며 자신들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려고 애를 쓴 것일까? 오히려 그들이 미국인들에게는 감사의 대상이 아닌가? 어째서 쓰레기 치우는 청소부들처럼 그들을 불러내서 남은 것들을 치우게 하고, 내일 먹을 것조차 잊어버리고 눈에 보이는 물건을 사들이는 그들에게 충동구매를 부추겨서 구멍난 그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게 만들어 블렉 프라이데이 하루 때문에 남은 삶이 더 고달퍼지고, 힘들게 살아가도록 만든만 말인가?
하지만, 이 날을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든 건, 신앙 서적 출판사들마저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많이는 아니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책을 구입했는데, 그 때문인지 세일 광고가 계속 날아온다. 소의 하나님의 말씀조차 세일 광고에 열을 올린다. 반값 판대도 있고, 70% 깎아준다는 광고도 있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호화 장정으로 꾸며서, 그래야 더욱 거록한 책인 양 비싸게 파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적정 가격에 판매해서 평소에 좋은 책을 살 수 있도록 해주면 좋지 않을까? 왜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로 기쁜 날들에 우울한 하루를 덧붙인단 말인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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