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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83): 아픔의 공동체

김우영 2020.01.31 21:03 Views : 61

짧은 글(183): 아픔의 공동체

 

나는 갑자기 은급실로 실려 가서 아픔의 공동체 속에서 꼭 일주일간 치료를 받는 중에 퇴원이 여러 차례 미뤄지면서 67일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걸 지난번에 전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심한 통증으로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그곳에서 일주일을 지내는 동안 병원은 단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영리를 챙기는 기관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병원 모든 관계자들 역시 아픔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아픔의 공동체의 다른 이름이 곧 은혜의 공동체가 아닐까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은혜의 공동체란 곧 교회를 말하는 것이기에 교회가 곧 아픔의 공동체란 뜻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아픈 자는 누구나 교회로 나와서 아픔의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병원처럼 아픔의 공동체를 위하여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환자들의 아픔을 함께 공유해 아픔을 느끼지 못하면서 단순히 자신들의 남다른 특별한 지식과 갈고 닦은 기술로 아픈 사람들을 돕는 것만으로는 누구에게도 은혜를 베풀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내가 병석에 누워있으면서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병석에 누워있는 아픈 나를 돌보는 의사, 간호사, 간호사를 보조하는 사람들, 병실을 청소를 해주는 사람들까지 모두 먼저 아픔의 공동체로 하나가 되어서 모두 함께 환자의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함께 공유한 사람들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아픔의 치유를 돕는 모든 사람들 역시 환자들과 동일한 아픔의 공동체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에서도 교회를 아픔의 공동체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 걸 보게 된다. 교회야말로 진정 아픔의 공동체란 사실이 교회의 정체성의 바른 정의이다. 다음의 말씀을 읽고 묵상해 보자.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당합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요, 따로 따로는 지체들입니다(고전12:26-27).’

 

혹자는 교회를 말할 적에 슬픔의 공동체 대신 오히려 기쁨의 공동체란 말이 훨씬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왜 하필 아픔의 공동체란 말을 강조하는가라고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지 싶다. 어찌 보면 신구약 전체가 기쁨을 강조하고 있는데, 더구나 기쁨의 소식인 복음을 믿어 구원을 받은 자들의 기쁨의 공동체가 곧 교회인데 왜 하필 슬픔을 강조하고, 아픔의 공동체가 교회라니 너무 엉뚱한 발상이 아닌가라고 못마땅해 할 수도 있다. 혹자는 내가 한 번 병원에 갔다 오더니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함께 아픈 자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아픔의 공동체 안에 하나 돼 있을 때만이 진정한 기쁨이 있고, 참된 위로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그 기쁨의 근원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그가 태어나셨을 때, 밤중에 밖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천사가 전해준 소식이 바로 큰 기쁨의 소식이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저희에게 전해준다(2:10).’ 가장 하층민으로 약함과 가난을 안고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목자들에게 하늘로부터 온 기쁨의 소식이 바로 약하고 작은 아이, 더구나 온 세상의 슬픔을 가슴에 품고 태어난 아기 예수의 탄생 소식이었다. 온 인류의 목자로 양들을 위해 죽으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기쁨의 모체였다는 뜻이다. 밤에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처럼 슬픈 족속과 아픔의 공동체가 되어 그들에게 기쁨을 주시려고 오신 그리스도! 나와 너를 위해 그렇게 약한 자, 어린아이로 오셔서 우리 대신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러 오셨기에 그 사실을 믿고 경험하지 않으면 진정한 구원의 기쁨을 다른 어디서도 경험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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