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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90): 하나님과 신비주의(2)


앞서 하나님을 진리요 지식의 총화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그런 하나님을 자신들의 신비감 속에 묻어버리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나님께서 자신이 진리이심과 모든 지식의 총화임을 증명해보이시듯 온 우주만물을 지으시고, 자신의 형상과 그 모양대로 사람을 지으셨다(1:26). 


만약 영이신 하나님께서 애당초 신비 뒤에 숨어버리실 작정이셨다면, 사람을 하나님 자신의 형상과 그 모양대로 짓지 않으셨을 것이 분명하고, 더구나 창조의 과정을 모두 숨기시고, 누구도 알지 못하게 진정 신비 속에 자신을 숨기셨다면, 사람 가운데서 나타나는 신비주의의 발생은 하나님이 책임이지만, 하나님께선 마치 숨바꼭질을 즐기지 않으신 듯 자신을 어느 곳에도 숨기시지 않으셨다. 창조의 모든 과정이나 지으신 피조물들을 모두 각각의 위치에 두시고, 자세히 드러냈고, 사람으로 하여금 그 사실을 모두 알도록 적나라하게 사람과 만물 속에 드러내 보이시면서 어디든 찾고 더듬어서라도 지으신 분, 창조주 하나님을 알고 믿고 순종하도록 조치하셨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에 관한 모든 지식을 모두 드러내신 이유가 있다면,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믿고 순종하기 위해서도 하나님을 순전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나님께선 언제나 먼저 약속하시고, 그 약속을 이루시기에 그 뜻에 순종하기를 바라시는 분이시다. 하나님과 그 뜻에 순종하기를 바라시면서 자신을 신비 속에 묻어버리신다면, 그 자체가 모순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이 하나님을 잘 몰라서 혹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아서 신비 속에 묻히는 걸 하나님께선 원치 않으셨다. 모든 지식의 근본이 결국 하나님을 아는 것이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라고(1:7;9:10) 밝혀 놓으셨으니, 하나님께서 자신을 숨기실 수는 없으신 것이 아닌가? 하나님을 경외하려면 하나님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내가 젊은이들에게 두 권의 책을 빌려주고 나서 그들의 믿음이 새롭게 변한 걸 보았는데, 그 중 한 책은 Timothy KellerThe Reason of God이고, 다른 하나는 J. I. PackerKnowing God이다. 두 권의 책이 모두 하나님을 아는 일의 중요성을 설파한 책들이다


인간 신비주의자들의 행동 패턴이 무엇인가? 하나님을 믿지 않기에 하나님을 전혀 모를 수도 있지만, 알아도 모르는 척 하면서 2세기에 소위 영지주의(Gnosticism)자들은 교회의 본질을 설명한다면서 스스로 하나님에 관해 신비한 지식의 소유자들처럼 행동하다가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인간의 육체의 실재성마저 부정하고 오직 영적인 것만이 실재한다는 이단 사상에 빠져버린 걸 볼 수 있다. 육안으로 보이는 것을 부정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한 지식의 우월성을 강조하다가 신비한 것을 아는 것만이 참 지식인 양 붙잡고 이단자들이 된 것이다. 결국 우리 주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부정한 것이고, 그분을 부정하는 건 우리의 구원을 부정한 것이다. 그들의 신비한 지식인임을 내세워 영적 구원을 부정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2세기 후반에 나타난 영지주의자들과는 정반대로 형제 로렌스(brother Lawrence(본명: Nicholas Herman)라 불리는 신실한 믿음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임재를 강조하며,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믿음의 삶을 성실히 살았다. 그는 천지 만물을 지으신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눈에 보이는 피조물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면서 소위 하나님의 나라를 땅위에서 일상을 살았다. 그는 오히려 하나님의 신비함을 주변의 자연에서 찾고,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며 살았다. 그는 18세 때 하나님과 대화할 적에 하나님이 특별히 좋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추은 겨울 어느 날 벌거벗은 나목을 보면서 곧 그 나무가 되살아나 꽃도 피고 열매를 맺을 것을 미리 바라며 한 나무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섭리와 하나님께서 결코 자신을 떠나지 않으실 것을 믿고 그의 40년을 한결같이 하나님과 더불어 살았다. 언 듯 보면, 그가 신비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늘 하나님의 실체와 만나 교제하며 살았다. 그에겐 결코 신비주의가 다가갈 수 없었다. 우리도 그와 함께 항상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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