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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98): 부자와 사랑이 한 배를 타고 무사항해가 가능할까?
이 글의 제목에 등장시킨 질문은 어쩌면 알 것도 같고 전혀 모를 것 같은 오리무중의 상황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부자와 사랑이 한 배를 타도 과연 잘 어울려서 목적지까지 무사할지가 염려돼서 한 번 물어 본 것이다. 그렇다. 부자가 되는 길은 무엇보다도 돈을 사랑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부자가 사랑과 한 배를 타고 어디든 항해할 수 있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것을 정답으로 믿고 사랑과 한 배를 타려고 애쓸 사람들이 많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물론 ‘돈을 사랑하는 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경고하지만, 부자 되려면 일단 돈을 사랑해야 한다는 걸 누가 부인하겠는가? 우리 귀에 익숙한 돈놀이라는 말이 있다. 돈을 사랑하며 그것을 가지고 잘 노는 것이 돈놀이이고, 돈놀이는 결국 신속한 돈벌이의 가장 적합한 수단일 수 있다. 돈놀이는 결국 부자 되기 위한 놀이 중의 으뜸이다. 돈놀이는 그냥 이자놀이로 생각하기 말고, 어떻게든 돈을 가지고 잘 놀아야 마치 공을 가지고 잘 노는 축구나 농구나 야구선수가 수천만 달러를 손에 놓을 수 있는 것처럼 돈이 수중에 들어와 부자가 되는 것이다.
스포츠 강국의 하나인 미국에 살면서 사실 놀이라는 말만큼 돈과 직결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축구나 농구 혹은 야구나 훗볼 선수나 이런저런 공을 가지고 잘 노는 선수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사실이다. 선수 생활이 그렇게 길진 않더라도 당대에 한 번 뛰어난 선수가 되어도 금방 억만 장자의 반열에 오른다.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그렇다. 어디 가지고 놀 것이 이런저런 공뿐이겠는가? 이런저런 악기의 연주도 놀이라고 말하고 있다.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play’, 곧 놀이로 표현한다. 피아노를 가지고 잘 놀면, 혹은 바이올린을 가지고 잘 놀면 피아니스트가 되고, 바이올린니스트가 된다. 그러면 명성도 얻고 돈도 벌 수 있다. 물론 예술가를 돈 잘 버는 놀이라고 말하는 걸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항의할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놀이라는 말을 벗어날 수는 없다. 놀이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노는 것이 아니다. 거기엔 엄격한 여러 가지 규제가 있게 마련이다. 공놀이를 하는 걸 보면 노란색, 혹은 빨간 색깔의 경고장을 받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놀이에도 엄격한 규율이 있다는 경고이다.
어느 날 저녁 아내와 함께 찬송을 몇 곡 부른 다음에 잠시 쉬고 있을 때 앞면 벽에 걸려 있는 선물 받은 족자에 붓글씨로 쓰인 고린도전서 13장(사랑 장)이 내 눈에 새롭게 들어왔다. 늘 보고 읽긴 하지만, 오늘은 사랑이란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그 사랑 장에서 사랑 대신에 예수의 이름을 대입시키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말을 함께 말씀을 묵상하는 형제들에게 여러 번 강조한 적이 있다. 오래 참지 못하는 우리에겐 ‘사랑은 오래 참고’,란 말이 쉽게 이해가 안 되지만, 대신 ‘예수는 오래 참고’라고 말하면 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부당한 재판과 흉측한 십자가의 죽음 앞에서 그토록 누구를 원망치 않고 모든 고통을 오랫동안 견딜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오늘 읽어본 사랑 장에서의 사랑은 ‘사랑하면 부자가 아니라, 오히려 가난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돈을 빌려주었는데 오랫동안 갚지 않아도 오래 참아야 하니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다면, 손해를 감수하든지, 아니면 폭력배를 동원해서라도 빌려준 돈과 그 동안의 이자를 받아내야만 부자가 되든지 원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돈을 사랑한 나머지 돈을 빌려간 사람을 미워하게 되니 돈과 사랑이 한 배를 타고 순항할 수 있겠는가?
사랑이 결국 자신에게 귀중한 것을 다른 이에게 나눠주는 것이라면, 자신의 재물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줄어드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지 않으며’, ‘자랑치 않으며’, ‘교만치 않으며’, 무례히 행치 않으며‘, ’자기 유익을 구치 않으며‘, ’성내지 않으며‘, ’악한 것이나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면서‘, 이런 사랑을 하고서도 누가 과연 부자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