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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06): 목자와 양의 조화만큼 아름다운 관계가 어디 있나?
선한 목자이신 하나님과 그 목자의 보호와 사랑 가운데 있는 다윗의 안전과 평안을 깨뜨릴 자가 누구인가? ‘진실로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내가 나는 사는 날 동안 나를 따르리니, 나는 주님의 집으로 돌아가 영원히 그곳에서 살겠습니다(시23:6).’
그렇다. 목자이신 하나님과 양인 다윗 사이는 단지 땅위에서 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의 집에서 영원히 살겠다고 다짐할 만큼 각별한 관계라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다. 양을 향한 목자의 사랑을 말할 적에 ‘불타오르는 열정’이라고 표현한다.
나는 오래 전에 희랍 산족 마을에서 양을 키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덕적 가치를 연구한 후에 출판된 「Honour, Family, and Patronage」라는 J. K. Campbell의 연구서를 헌책방에서 구입해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즐겨 읽고 있다.
예수께선 어린양이시면서 목자로, 목자이면서 또한 어린양으로 정체성의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동일한 일심동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위 연구서에 나오는 양을 키우며 살아가는 산족인 Sarakatsan의 목자들은 자신들과 양들을 동일시한다. 누가 자기 양에게 돌멩이 하나라도 던지는 경우가 있으면 바로 목자 자신이 모욕 받은 것으로 받아들일 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하고 있다.
주님께선 ‘나는 선한 목자이다.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린다(요10:11).’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목자의 양을 향한 사랑을 평범한 사랑이 아니라, ‘불타오르는 열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양들에 대한 목자의 사랑을 못 말리를 사랑이라고 말한다.
Sarakatsan 족 목자들도 양과 자신들을 동일시할 만큼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추운 날씨엔 목자들이 스스로 양들 속에 들어가서 양들에게 체온을 나눠주며 함께 잠을 자며 양들이 모두 하나 되어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양들을 향한 목자의 사랑이 이와 같을진대 만약 목자가 양을 사랑하던 열정을 다른 것들에게 쏟는다면, 양을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맹수에게 찢기고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세상엔 그런 류의 목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것인지 히브리말엔 목자의 어근이 악이라고 밝히고 있다. 곧 ra'ah가 목자이면서 동시에 악(evil)이란 뜻이다(49페이지: Hebrew Word Study by Chaim Bentorah). 어떻게 한 단어에 이런 극단적인 의미변화가 가능할까? 그러나 저자는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만약 목자가 자기 양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쏟아야 할 터인데 양들 외에 다른 것들에 쏟는다면, 곧 마약이나 알코올이나 돈이나 세상 것들에 쏟는다면, 그 때 목자는 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양에게 쏟아야 할 목자의 사랑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것이 곧 악이란 뜻이다.
그렇다. 선과 악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이기에 하나님께서 선악의 지식을 홀로 관장하시는 것이 순리이듯이 목자는 자기 사랑을 결코 양외에 다른 것들에게 쏟을 수가 없다. 목자가 자기 양 외에 다른 것들에게 사랑을 쏟는다면, 목자가 아니라, ‘삯꾼으로 목자가 아니요, 양들도 자기 것이 아니므로,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들을 버리고 달아난다(요10:12).’고 밝히고 있다. 목자와 양이 사랑의 조화를 잃는 것이 악이란 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