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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12): ‘사랑은 아무나 하나!’(8)
누가 누구를 사랑하다가 중단해도 괜찮을까?
사실 누가 누구를 사랑하다가 사랑을 중단하는 경우가 너무나 상식적이기 때문에 질문 자체를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사랑하다가 그만 두는 일이 상식이기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를 사랑하다가 중단할 수 있는지 먼저 자문해보자.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다가 너무 지쳐서, 혹은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랑을 알아주지 않으니까, 사랑 끝!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과연 그런 일이 상식이라며 한 마디로 무시해버릴 수 있겠는가? 물론 아무리 부모일지라도 자녀를 사랑하다가 가끔 미워할 때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자녀 사랑을 포기해버리는 일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어쩌다 그런 경우가 있을 수는 있어도 그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쨌든 부모의 사랑에 어느 정도 한계가 드러날 경우 해결할 길이 쉽지 않는 경우는 분명이 있다. 하지만 해결할 길이 없다고 해서 부모가 자녀 사랑을 포기해버릴 수는 없다.
아들 압살롬의 반역을 피해 도망 다니던 부왕 다윗의 처신을 보아서도 ‘사랑은 아무나 하나!’란 질문에 부모의 자녀 사랑이라면 적어도 다윗 같은 아버지라면 자신의 아들 사랑은 언제까지든 ‘가능하다.’라고 대답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부모는 사랑을 받는 객체가 아니라, 자녀에게 사랑을 쏟는 주체이기에 부모가 세상을 떠나기 전엔 그들의 사랑이 중단되거나 사라져버리는 일은 없다. 사랑의 주체에게 사랑이 중단되거나 사라지면, 그 사랑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랑의 객체는 살아갈 길이 막히게 된다. 사실 부모의 자녀 사랑은 부모가 가진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능력 있는 부모라야 자녀를 언제까지나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리 약하고 노쇠한 부모일지라도 자녀 옆에 그대로 있어 주는 존재 자체가 부모의 사랑이다. 부모는 젊음이나 재물이나 지식의 능력, 명예나 건강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주체인 부모는 사랑의 객체인 자녀들 곁에 존재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부모가 옆에 존재하므로 자녀가 사는 것이고, 자녀의 삶이 곧 부모에 대한 사랑이다. 결국 모든 인류,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께서 그들의 주인 혹은 아버지 되심과 그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모든 인류의 하나님사랑이란 그분을 아버지로 믿고 받아들여 순종하는 삶이다.
하나님과 모든 인류가 결국 부모와 자녀라는 생명관계로 한 가정을 이루신 것이 하나님의 창조질서의 근본이다. 따라서 한 가정에 속했던 아들이나 딸이 각각 배우자를 만나 새로운 독립된 가정을 꾸릴 경우 아들이든 딸이든 새로운 어느 한 가정의 독립된 새 주인이 되는 것이기에 자신들을 길러준 부모를 떠나는 일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가정의 창조질서에 맞춰 살아가기 위함이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남녀로 지으시고, 근본적으로 남자를 앞세워 가정을 독립시키시면서,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창2:24).’라고 선언해 놓으셨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온전히 한 가정의 가장(家長)이신 그 신분에 맞춰 각각 독립된 가정을 세우신다는 뜻이다. 첫 사람 아담과 하와가 독립된 첫 가정으로 온전히 하나님께 속했던 것처럼 하나님의 창조질서 안에서 새로운 가정이 되어 그들의 부모처럼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대등한 가정이 되어야 하기에 육신의 부모로부터 독립하도록 명하셨다. 어느 가정이든 한 가정의 사랑의 주체는 하나님 아버지 한 분이시다. 바로 그 아버지께서 사랑을 중단하시지 않겠다고 약속하셨다. 결국 인류가 하나님 아버지를 벗어나면 아버지의 사랑을 벗어나는 것이기에 아버지 없는 고아로 비극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랑의 주체인 하나님 아버지를 배제시키고, 그 사랑을 거부하면 인간의 비극을 해소할 다른 방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하나님의 계심이 곧 중단 없는 우리 모두의 사랑의 알파와 오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