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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셋째 날 물 무덤과 같은 깊은 심연에 오랫동안 안겨 있던 땅,
하나님께선 먼저 물을 걷어내
한 편으로 모아 옆으로 살짝 밀어놓으시고
울퉁불퉁하게 너무 높이 솟아올라 고르지 못한 높은 땅 외엔
이곳저곳을 빈틈없이 모두 물로 채우셨다
그 물이 줄기차게 흐르면 강이고, 일정한 구역에 다소곳이 모여 있으면 호수,
마치 호수나 강의 어미나 아비인 듯
두려울 만큼 광활하고 큰물이면, 그것은 바다이다
한 교회의 여러 분들이 호수의 마을 제네바로 나들이를 나간 날
바로 오늘, 우리가 결혼 51주년 맞아 더없이 기쁜 날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우리 내외도 잔잔한 물결에 가만히 합류했다
땅이 품고 있는 하늘의 선물인 호수, 단풍진 나무숲을 배경으로
펼쳐놓은 파란 비단 물결이 살아 숨을 쉬듯 잔잔한 표면 위로
손님처럼 찾아오는 바람을 맞이하려는 듯
크고 작은 손들을 열심을 다해 흔들고 있다
갑자기 나는 아내와 함께 더더욱 호수이고 싶었다.
비록 자신을 담고 있는 땅바닥이 울퉁불퉁 아무리 높낮이가 심하더라도
먼저 깊고 얕은 모든 굴곡을 다 채운 다음에
여전히 평평한 표면을 유지하는 호수이고 싶었다.
주변의 건물이나 산과 숲엔 아름다운 나무들이
울긋불긋 색깔을 머금은 잎들이 호수를 향해 손짓하건만, 호수는
조금 크고 작은 물결로 눈을 깜빡이며 응대할 뿐
결코 산으로 오르려 하지 않는 호수, 흔들림 없이
평평하게 잔잔한 표면을 유지하는 그 호수가 좋았다.
그렇다. 가나 잔칫집의 여러 개의 항아리에 채워진 물,
그 물이 아구까지 올라와 평행을 유지했을 때
주님의 명령을 따라 그 물을 떠서 필요한 사람에게 갖다 준 일꾼들은
물이 포도주로 변한 걸 알았다.
물을 쏟고 피를 쏟아 질그릇 같은 우리를 아구까지 채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평행을 유지케 하신
십자가의 주님을 찬양합니다.
<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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