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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86): 하나님의 전쟁(4) -그 성격과 의미-
가인의 문화의 특징-놋 땅에서 이룩한 도시문화
가인은 하나님과의 끝없는 전쟁을 수행하려는 듯 놋 땅에 도시를 건설하는 걸 보게 된다. ‘가인이 주님 앞을 떠나서(창4:16)’, 놋 땅에서 도시를 세운 것이 하나님을 향한 도전이 지속된다는 의미이다. 하나님의 전쟁이 아담에게서 시작되었고, 그와의 전쟁도 훨씬 수월해지고, 쉽게 끝날 수도 있으련만, 놋 땅에 가인의 도시 건설로 인해 하나님의 전쟁이 격화되리라는 징조가 나타난 것이다. 인간의 전쟁은 언제나 도시 혹은 수도를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도시부터 피난민 대열이 생겨나는 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전쟁에서 도시 탈환은 매우 중요하다. 도시를 먼저 점령하려고 공격하고, 사수하려고 전력을 기우린다. 도시, 특히 수도가 무너지면, 그 나라는 이미 전쟁에서 선수를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그 전쟁은 곧 패배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인이 놋 땅에 세운 도성은 왕이 없으니 국가 형태는 아니지만, 아무튼 가인은 놋(Nod)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한 것이다. 놋(Nod)이란 방황, 곧 wandering의 뜻이다(창4:12,14,16). 하나님께서 그에게 어디에도 정착하지 말고 유리하는 자, 곧 방황하는 자가 되라고 벌하셨지만, 방황이란 이름의 땅에 가인은 보란 듯이 도성을 세웠다. 그의 도시 건설 자체가 하나님을 향한 도전이었다는 뜻이다.
가인이 아내를 맞아 에녹이란 아들을 낳았다. 물론 그의 아내는 자신과 같은 배에서 나온 누이였다(창4:4). 가인은 도성을 세우고 에녹 성이라 이름붙인 걸 보게 된다. 가인은 결국 자신의 생각과 뜻을 에녹을 통해 이어가겠는 선언과도 같았다. 이것은 결국 하나님과의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에녹에게서 이랏으로, 이랏에서 므후야엘로, 므후야엘에서 므드사엘로, 므드사엘에서 라멕(Lamech)으로 이어졌다. 소위 가인의 후손들이 인류 문화 건설의 역군으로 등장한 것이다.
라멕에게서 처음으로 두 아내를 거느린 일부다처의 문화가 나타났다. 그의 두 아내는 아다와 씰라였다. 아다에게서 태어난 야발은 장막을 치고 살면서 가축을 키우는 자의 조상이 되었고, 야발의 아우의 이름은 유발인데 그는 수금을 타고 퉁소를 부는 음악의 조상이 되었다. 에녹의 또 다른 아내 씰라가 낳은 아들은 두발가인이었고, 그는 소위 철기 문화의 시조가 되었다(4:22).
철기 문화의 시작은 곧 농기구와 무기를 만드는 것과 연결돼 있다. 므드사엘이 낳은 라멕은 일부다처의 조상이 되었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남자를 자신이 죽였다고 두 아내에게 자랑한 걸 볼 수 있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해서 한 젊은이를 죽이고서 그것을 두 아내를 불러서 자랑한 것을 보면, 결국 하나님을 떠나온 가인의 후손들로부터 살인조차 자랑거리 문화가 된 것이다. 하기야 동생을 죽이고서도 하나님 앞에서 당당했던 그들의 조상 가인의 후손들이니 전혀 놀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 살인조차 자기 두 부인에게 자랑한 것을 보면, 그들의 후손들의 문화가 과연 어떻게 이어져 갈지 눈을 감고서라도 훤히 보이지 않은가 말이다. 라멕은 이렇게 선언한다. ‘가인을 해친 벌이 일곱 갑절이면 라멕을 해치는 벌은 일흔일곱 갑절이다(4:24).’라고 외쳤다. 라벡의 보복 전술이 인간의 살인 문화에 그대로 전해진 것을 볼 수 있다. 보복이 끊임없이 보복으로 이어지면서 인간 세상에 살인이 결코 끝나지 않게 된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 참 훗날의 이야기이지만, 여호수아의 가나안 땅 정복 전쟁을 보면 알겠지만, 이스라엘백성들이 각 지파별로 이미 분배받은 땅을 정복하고 살아가기 전에 그곳에 살고 있던 모든 족속들을 모두 쓸어버리도록 말씀하신 것은 남은 자들의 보복을 사전에 막으신 하나님의 조치였다고 말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스라엘 커뮤니티 속에서 보복이 일어나기 전에 앞으로 일어날 보복을 막기 위해서 미리 그 땅에 여섯 곳의 피난처를 세우도록 미리 지시하신 것을 보더라도 인간끼리의 전쟁은 곧 보복에서 비롯돼 계속되어지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도록 조치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