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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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며느리에게”

관리자 2023.05.14 03:12 Views : 136

아가! 우리 시대에는 며느리를 이렇게 불렀단다. 내가 만날 너는 어떤 호칭을 선호할 지 모르지만, 우선 ‘아가’라 부르기로 하자. 

아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만나겠지만, 나는 지금 너를 앞당겨 만나고 있는 기분이란다. 네 남편, 내 분신 같은 아들이 태어났을 때, 나는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기쁨을 누렸다. 나를 쏙 빼닮은 아들을 품에 안고 감사 드릴 때 ‘그리스도의 충만’에서 ‘충만’이 무엇인가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아내가 내 빈 곳을 채울 때 다 채워진 줄 알았는데, 네 남편을 만나니 아직 나에게 빈 곳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아가, 너를 기다리며 생각하니, 아직도 내 안에 채워야 할 행복한 공간이 더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너로 인하여 채워질 또 다른 충만을 기대하는 시간이, 그저 행복하기만 하구나. 

 

아가!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로 살아가겠지만 너는 젊은 아내와 예쁜 엄마로 살아가려무나. 우리가 먼저 걸어왔으니 네가 걸어갈 길이 환하게 보이지만, 시대와 세대가 다르다는 거대명제 앞에, 그저 모르는 척 뒤에서 응원하는 덕을 세울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너보다 정말 모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를 채우는 사람으로 만날 것이니 우리도 너를 채울 수 있도록 마음 한 구석쯤은 열어두기 바란다. 가을이 물든 멋진 옷 한벌 더 걸치거나, 무엇이나 고치는 가제트 기구 하나 더 챙기는 마음이면 좋겠다. 너의 젊은 시대의 지식과 지혜에, ‘빛 바랬으나 제법 쓸모 있는 우리 생각들’을 더해두면 좋을 것이다. 세월 벽 앞에 뱉어놓는 내 독백에 귀 열며, 초라한 몸매 다듬으며 부르는 콧 노래에도 마음을 두어보렴. 전혀 오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네 어머니 기도 소리를 품으며, 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가 보고 싶어하는 네 아버지 시골 타령도 가끔은 들어두거라. 너를 만들어가는 작은 양분이 될 것이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작은 오솔길이 될 수 있단다. 

 

아가! 난 네가 나에게 일찍 다가올 줄 알았다. 그러면 마치 너와 동시대 사람인것처럼 함께 걷는 호사도 누렸을텐데 아쉽구나. 다소 서먹할 수 있는 나이 간격이 너와 나 사이에 있겠지만, 서로를 향한 진솔한 사랑이 그 간격을 메꿔주리라 믿는다. 네 남편을 많이 사랑한 것처럼, 너를 많이 사랑할 것이다. 너를 향한 바램은 줄일 것이고, 너를 향한 기대도 절제할 것이다. 네 마음 짐이 무겁지 않도록 사랑으로 느낄 수 있는 만큼만 표현할 것이다. 사랑의 양을 줄이는 것 아니라, 사랑의 표현을 절제하는 것이니, 그리 서운해 하지는 말아라. 아가! 우리는 너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너도 우리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하며 존중해주기를 바란다. 너희는 점점 아름답게 꽃 피운 앞 마당 화단 같이 될 것이며, 우리는 든든하게 뒷 마당 지키는 나무 기둥이나 밑둥 그루터기 같을 것이다. 

 

사랑하는 며늘아가! , 네 시대에는 네 방식대로 살아라. 우리는 네 방식이 믿음으로 다져진 것이기를 기도할 뿐이다. 네 시대에는 너의 삶을 살아라. 우리는 네 삶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성취하는 길이 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며, 사는 모든 날이 즐겁도록 살거라. 너를 만나게 될 그 날을 기쁨으로 기다리는 중에, 너를 통해 이 시대의 또 다른 아가들에게 몇 마디 나누고 싶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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