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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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그네입니다.”

관리자 2023.05.27 23:08 Views : 121

노숙자露宿者 혹은 노숙인露宿人으로 불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냉한대 겨울이 긴 시카고보다 사철 따뜻한 서남쪽 지역에 많이 삽니다. ‘이슬 로露’에 ‘잘 숙宿’이니, 노숙인이란 이슬을 이불 삼아 한데서 잠자는 분들을 뜻합니다. 나라마다 노숙인을 규정하는 지침이 있는데, ‘거리노숙인’이라 하여 거리 곳곳에서 잠자는 분들과 ‘시설노숙인’이라 하며 정부와 사회가 지원하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정한 거처가 없다는 뜻에서 이들은 동일한 노숙인으로 취급됩니다. 

 

노숙인이 된 사연들이 있습니다. 개인의 경제 사정이나 가정 문제 때문이거나 혹은 신체의 약함이나 특별한 성격 때문에 노숙인이 됩니다. 사회와 국가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길에 내몰리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터전을 떠나보니 어느새 노숙인이 되기도 합니다. 사연은 다양하지만 동일한 노숙인입니다. 소수의 사람들은 힘겨운 노력과 다른 이들의 도움을 따라 노숙인 딱지를 떼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길이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은 발버둥쳐도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현실에 아예 적응해서 살기도 합니다. 

 

옛 지혜자들은 사람을 제대로 대하는 것이 하나님을 제대로 대하는 것과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누구든지 바르게 대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노숙인에 대한 마음과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간혹 비노숙인들은 인격이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닌 것처럼 대한다는 뜻입니다. 상상도 못하겠지만, 가끔 우리의 언행 사고가 그렇습니다. 어느 때는 (정말 죄송한 표현이지만) ‘구경거리’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안됩니다. 환경이 그렇다보니 노숙인들의 자존감은 점점 약해집니다. 나 혼자서 그분들의 삶에 필요한 자존감을 세워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들 곁을 지나는 각 사람들이 자신의 말, 몸짓, 눈빛, 음식, 물질 등 모든 것에 사랑을 꾹꾹 눌러 담으면 조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한 푼 던져주고 한 끼 안겨주는 사랑 없는 ‘갑질구제’는 금물입니다. 기도 한 번 해주고 마치 세상 전부를 주었거나 자기 할 일 다 했다는 오만에 빠져서도 안됩니다. 이 분들은 집만 없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삶]에 대한 상처가 깊고 두려움이 큽니다.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정상적인 삶을 포기한 분들이 많습니다. 곳곳에서 수고하는 선한 단체들의 지속적인 사역도 중요하지만, 각자 사는 곳에서 노숙인에 대한 바른 이해와 응원으로 산다면, 그분들이 일어서기에 훨씬 더 강력한 지지대가 될 것입니다. 

 

노숙인을 the homeless라 부릅니다. 노숙인이라 규정하는 핵심 기준이 ‘집home’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 집이 뭐라고? 인류가 처음엔 다 집이 있었나? 우리는 세상에 출장 나온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이번 집회차 다녀온 타코마와 시애틀 지역에서 자주 가깝게 보았던 노숙인들을 접하면서, 고아, 과부, 나그네를 돕도록(사랑하도록) 규정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다 나그네입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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