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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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단위가 맞아 떨어지는 때에 크게 기념하고 행사를 합니다. 개인적인 일이나 세계적인 역사나 마찬가지 입니다. 결혼 25주년, 교회 설립 30주년, 개항 100 주년, 건국 200주년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해마다 같은 해인데 왜 그렇게 큰 기념행사에 목을 거는 걸까요? 첫째는 잊지말자는 것이며, 둘째는 좋은 것을 계승하자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나간 일을 자주 잊고 삽니다. 중요치 않은 것이야 그렇다치지만 의미있는 일이나 때, 사람도 자주 잊곤합니다. 기억보다는 마음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갖가지 방법으로 어느 날에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어느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는지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지시키는 것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가족사 이야기에서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가 그렇고, 교회나 회사에서 행하는 여러 기념이나 행사들이 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잊을 뿐 아니라 자주 변합니다. 포괄적 의미에서 '유행'의 힘이 우리 눈길을 다른데로 돌리게 하여, 결국 중심이 강화되는 발전적 변화가 아니라 곁길로 새는 탈선적 방황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몇 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는 다시 되돌아가자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처음마음, 처음정신을 제대로 이어가자는 것입니다. 신혼의 서약을 잊지말자는 의미로 결혼기념일을 맞이하고, 처음의 간절하고 정결했던 헌신을 잊지말자는 의미로 교회설립일을 기념합니다.
내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벌써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십수년전부터 지금이 제3의 종교개혁의 시대라고들 하니 그럴수록 더욱 더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무엇을 계승해야 하는지 묻고 다짐해야 합니다. 당시의 개혁자들은 '개혁'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개혁은 시작되었고 역사는 그들에게 개혁자라는 이름을 붙여두었습니다. 다시말하지만 그들은 종교개혁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 살아보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개인에게서 차고 넘치니 교회와 제도적인 면에까지 이르렀고, 그 시대에 영향력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잊지말고 계승해야 할 것은 종교나 교회의 거창한 개혁구호가 아닙니다. 말씀대로 살려는 나 한 사람, 개인의 각성과 노력입니다. 그리고 그 노력에 먼저 동참한 사람들이, 누군가 따라 올 수 있는 방향과 물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한 사람은 목사일수 있고 장로, 집사, 혹은 이제 믿은 분일수도 있습니다. 입술로는 개혁을 주장하나 마음과 삶이 개혁과 먼 사람이 아니라,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로부터 진정한 종교개혁은 일어납니다. 오늘 우리가 맞이하는 종교개혁 499주년이 지난 역사가 아니라 나,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현실이기를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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