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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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우리 그레이스교회 담임목회를 시작했는데, 그 해 겨울부터 수년동안 장례식이 많았습니다. 춥디 추운 겨울 장례식에서는 머리숱 없는 탓에 제법 고생을 했습니다. 너무 추운 날에는 성도들은 차에서 기다리게 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관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추위보다 더 허전한 이별의 슬픔이 있는 가족들이기에, 저 역시 추위를 견디어내며 그 자리에 서야만 했습니다.
그로부터 16년, 장례식은 가신 분에 대한 조의, 남은 가족들에 대한 위로 뿐만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시간임을 깨닫습니다. 벌거벗은 심정으로 인생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고, 무거운 짐들이 왜 무거운 지 깨닫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평생 의미 없는 것들을 품고 살았던 삶의 허무를 보았으며, 생명의 소망이 왜 중요한 지 넉넉하게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나된 가족의 행복한 위로를 보았으며, 자기 밖에 남지 않는 이기심의 외로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장례식때마다 저 자리가 내 자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기에, 어느 장례식이나 나의 장례식과 같은 마음으로 집례하였습니다.
아쉬움도 있습니다. ‘우리 교회 교우들이 더 많이 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지금도 많은 교우들이 참석하여 위로합니다. 하지만 목사의 마음에는 더 많이, 아니 모두 참석하기를 바라는 욕심같은 마음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같은 길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신앙으로 이 땅을 살며, 함께 천국본향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더 서로 위로할 사람들이고, 누구보다 더 서로 이해하며 챙겨주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성도이자 같은 교회 교인된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같은 교회를 다닐 뿐 아니라, [가족]입니다. 가족은 함께 있어주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누군지 잘 모르고, 때로는 조의금이 부담되며, 때로는 분주하다보니 참석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도는 조의금이나 환경을 떠나 [함께 있어주는 가족]임을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함께 있어주는 것이, 위로요 사랑입니다.
관에 누워있는 분은 우리보다 앞서 가신 것 뿐입니다. 그 길을 우리도 뒤따라 갑니다. 갈 때가 멀었다 생각하는 것은 나이를 떠나 교만입니다. 부르시면 오늘이라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겸비한 믿음입니다. 그래서 모든 장례식은 나의 장례식 예행연습이기도 합니다. 장례식에서 배우고 느낍니다. 장례식에서 회개하고 결심합니다. 앞으로 우리 교회는, 결혼식은 초청받은 자만, 장례식은 모든 성도들이 함께 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장례가 없는 때라 미리 말씀드립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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