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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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이라는 문법이 있습니다. 시제에 따라 여러 용례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실이 아닌 어떤 것의 표현입니다. 주로 과거나 현재에 있(었)을 법한 그러나 실제는 아닌 것을 말하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만일 누가 ‘내가 목사가 아니라면 성공적인 가수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했다면, 이 사람은 현재 목사이며, 가수가 아닙니다. 가수였다고 해도 성공할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가정假定’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신에 대해 후하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월드컵 축구를 보다가 대한민국 선수들이 답답해 보이면, ‘어이구 내가 뛰었으면 벌써 서너골은 넣었을텐데’ 한다거나, 여야를 막론하고 유치한 정쟁을 이어가는 정치가들을 보면서 ‘어휴 내가 국회의원이 되었다면 나라가 벌써 달라졌을텐데’ 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실제 축구선수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기 때문에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이며, 듣는 사람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축구 선수가 되고 정치인이 된다면 그 사람들보다 훨씬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정도는 압니다.
그러나 축구나 정치와 달리 가정의 대상과 영역이 나의 일상에 밀접한 곳(것)이라면 다릅니다. 나의 허풍과 과장을 넘어서서 상대에 대한 비교 판단 그리고 정죄 험담에 이르게 됩니다. 마음에 깊이 남는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내가 반찬을 만들어도 이보다는 더 잘한다.’ ‘내가 회사 운영자라면 지금보다 훨씬 복지에 신경을 쓸 것이다.’ ‘내가 목자라면 우리 목장은 벌써 서너번 분가했을 것이다.’ ‘내가 그 나라 선교사라면 지금은 그 나라가 복음화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목회를 한다면 오천명이 모였을 것이다.’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 위치나 역할이 아니고 그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내가 그렇게 한다면] 이라는 가정을 통해, 현재를 판단 정죄합니다. 상상을 가정하며 현실을 비교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내를 돕고, 목장에 잘 모이며, 단기방문선교를 가고, 회사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교회를 위해 기도 하는 등, 내 현재의 일과 위치에 좀 더 신실하게 수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니 이런 ‘가정’은 절제해야 합니다.
반면에 오히려 크게 발전하고 익혀야 할 ‘가정’이 있습니다. 사실fact을 강조하고, 그 사실을 잊지 않으며, 그 사실을 따라 살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고생해서 나를 키워주시기 않았더라면 오늘의 나는 없을 것이다. ‘ 부모님이 고생하셨고, 오늘의 내가 있음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지요. ‘내가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주저 앉은 인생이 되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누군지 몰라도 그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 때문에 어려움에서 일어나 당당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감사하고, 나도 다른 사람을 이끌어 줄 마음이 생기겠지요.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어주신 주님께서 나를 만나주지 않으셨다면 나는 아직도 짙은 어두움 가운데 헤메고 있을 것입니다.’ 주님이 나를 만나주셨고, 나는 죄에서 놓임 받아 빛의 자녀로 살고 있음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날마다 감사하며, 날다마 더 깨어 살려고 애씁니다. 자칫 허풍, 판단, 정죄로 이어지기 쉬운, (허상에 기초한) 가정은 절제하고, 고마움과 새로운 의지를 만들어내는, (실제적인 사실에 기초한) 가정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성숙한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가정입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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