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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28): 갇혀서 생각해 본 쉼의 이야기(2)
생명으로서의 영(靈)의 본체이신, 그래서 우리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하나님께선 창조사역이 끝남과 동시에 제일 먼저 스스로 쉼을 선포하시고, 또한 철저히 쉼을 누리셨으며, ‘그 날을 복되고 거룩하게 하셔서’ 우리에게조차 쉼을 갖게 하셨다. 왜 그리하셨는지 살펴보기를 원한다.
하나님의 쉼과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쉼은 코로나19 이전의 이야기이고, 우주만물의 창조가 마무리된 일곱째 날에 하나님께서 누리신 쉼은 모든 쉼의 시작이었고, 그 쉼이 모든 피조물들에게 주신 쉼의 원천이란 점에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방학과도 다르고, 직장인들에게 일정 기간 주어지는 휴일과도 다르다. 요즈음 강제로 누리고 있는 자가격리를 쉼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까도 싶지만, 질병으로부터의 자가격리가 쉼이 될 수는 없다. 그저 스스로 자초한 껄끄러운 일상일 뿐이다. 물론 유대인들이 율법이나 혹은 전통적 관례로 지키고 있는 안식의 개념과도 다르다.
아마도 8년 전쯤이라 기억되는데 이집트를 거쳐서 이스라엘 땅에 들어갔지만, 첫 밤을 팔레스타인의 관할지역, 곧 여리고 지방 팔레스타인들이 경영하는 호텔에서 한 밤을 자고 사해와 쿰란지역을 둘러본 다음에 여리고 고갯길을 거쳐 예루살렘에 들어간 날이 바로 유대인의 안식일이었다.
그 호텔 승강기의 두 개의 버튼 중, 하나엔 히브리어 21번째 자음인 Shin(ש)이 새겨져 있었다. 안식일에 그 버튼을 누르면 안식일을 범하는 것이기에 유대인들은 그것을 누르지 못하고 서있는 걸 실제로 보았다. 우리보다 먼저 승강기 앞에 서있으면서도 그 유대인은 그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서 있다가 우리 중 누가 그 버튼을 눌렀고, 그 문이 열리자 그 유대인은 우리와 같이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 유대인은 결국 다른 사람이 안식을 범한(?) 기회를 이용해 승강기를 탔지만, 진정 그의 손가락이 안식을 누렸는지는 알 수 없다. 오늘 우리가 마치 쉼을 누리는 것처럼 갇혀있지만, 이런 자가격리가 하나님께서 주신 쉼일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터. 지금 우리가 원치 않지만, 갇혀 있는 자가격리(quarantine)라는 당국의 권고가 그 기간 중에 힘을 축적해서 스스로 자신을 지키라는 권고일수만은 없다. 개개인이 밖에 나가 스스로 오염되거나 남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일 뿐이다. 하나님의 첫 쉼 역시 창조기간 동안 쌓인 피곤을 푸신다거나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셨기 때문에 쉬신 것이 아니었다.
진정 하나님의 쉼 곧 첫 안식은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하나님의 창조로 인해 온 우주만물이 존재케 되었음의 선포이다. 하나님의 창조가 모든 존재를 가능케 하셨다는 그 진실을 선포하신 의미부여가 그분의 첫 쉼이다. 하나님의 첫 쉼은 창조를 끝내셨다는 주인으로서의 선포란 뜻이다.
인간은 무(無)를 유(有)로 존재케 할 능력이 없는 피조물이지만, 마치 우리도 하나님처럼 무언가를 존재케 한 자인 양 하나님과 더불어 쉬게 하신 건 특권이요, 은혜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쉼을 공유케 되었다는 것은 감히 지음 받은 우리가 창조주 하나님과 더불어 같이 생각하고, 그분의 뜻에 동참해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선포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참 좋겠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스스로 안식을 취하신 것이나 하나님 안에서 우리도 함께 쉼을 갖도록 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좋다.’고 말씀하신 것이 무엇인지 잘 분별해서 하나님께서 ‘좋다.’고 하신 선(善)을 분별해서 알고, 하나님의 선과 더불어 그 안에 거하며 쉬도록 쉼을 선물하셨다. 하나님께는 일과 쉼, 우리에게 쉼과 일의 순서가 다르지만, 특별한 은혜이다. 우리가 나쁜 일 혹은 좋은 일, 마음대로 골라 행동하면 우리의 쉼도 하나님의 안식도 사라진다.
자신의 선을 내세워 하나님의 선을 무시하는 자들이 위선자이다. 앞서 말한 대로 하나님의 뜻과 배치되는 것은 어떤 행동이든 선(善)이 아니기에 안식일을 율법적으로 아무리 잘 지킨다고 해도 그것은 그들의 안식도 아니고, 하나님의 쉼과의 동행도 아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한 첫 안식이 없다면, 애당초 우리 피조물에겐 쉼도 자유도 없다. 쉼과 자유가 없다면, 인간은 행복한 존재가 아니고, 개인의 노력으로 행복해질 수는 더더욱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