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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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5학년 말에 도산했습니다. 사업을 한 것도 아닌데 논 밭 집까지 모두 없어졌습니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시골 생활에 만족했었고, 육남매 아홉식구가 정겹게 살았었는데, 가족이 나뉘어 살게되었습니다. 그 후 다양하게 몸 마음 고생을 했지만, 목회자의 길을 생각하고 걷는 길은 행복했습니다. 아쉬움은 하나 있었습니다. 가족끼리 다시 함께 사는 일이었습니다. 잠시 흩어진 줄 알고 있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각자의 삶과 학업으로 더 멀리 흩어졌습니다. 부모형제 온 가족이 함께 외식하거나 여행가는 일이 큰 부러움이었고, 살다보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목회중에도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캠핑을 가며, 함께 로드트립을 하거나, 함께 선교지에 가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기분이었고, 사라진 것을 누리는 감사였습니다. 무거운 짐 내려놓고 가족으로 만나는 시간이었고, 서러움 받아주는 고향 얼굴 같아서 좋았습니다. 오늘처럼 전 교인이 모이는 소풍 날에는 더욱 마음이 들뜹니다. 어느 장소에서나 예배가 주목적인 것이 분명하지만, 어쩐지 이날만큼은 그냥 [전교인소풍]이라고 부르고 싶어집니다. [소풍]이라 함은 무거운 짐, 버거운 갈등, 나도 모르게 힘겨워진 자아 다 내려놓고 바람쐬러 나가자는 마음 때문이며, [전교인]이라 함은 가족이라면 그래도 얼굴은 보고 살아야 한다는 소박한 바램 때문입니다. 가족은 함께 있는 사람들이며, 가족은 짐을 나눠지는 사람들입니다. 가족은 응원해주는 사람들이며, 가족은 기다려주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그레이스 가족이며, 하늘 가족입니다.
가끔 지난 요람을 끄집어 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머리 속에 생각하고 마음 속으로 그려봅니다. 나누었던 대화들이나 함께 있었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나도 모르게 미소 짓다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미 천국에 가신 분들이나 오랫동안 볼 수 없는 사진 앞에서는 여러가지 감정이 섞입니다. 간간히 소식을 듣는 분도 있고, 어찌 사는지 조차 모르는 분도 있습니다. 연락을 반가워하는 분도 있고, 연락을 꺼리는 분도 있습니다. 오랫만에 어느 마켓에서 스쳐 지나듯 만났는데, 마음 깊이를 전할 말 찾기 어려워 손님 같은 안부만 물을 때도 있습니다. 목사와 성도로 만난 길이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났음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짧은 인생길에서 만난 하늘 가족 그리움을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지만, 생각할 때마다 사뭇 보고싶어집니다.
몇 일전 그동안 자주 뵙지 못한 분들에게 그리움 담아 카톡을 보냈습니다. 설날과 추석에 고향을 찾지 못한 자식 생각하느라 뒷짐지고 애꿋은 둥근 달만 바라보던 노모의 깊은 한 숨 처럼,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왠지 이 날은 만나야만 할 것 같아서 입니다. 계산 하면 망설이는 길 사랑으로 선뜻 나서고, 무거우면 주저 앉는 길 고향가는 가벼운 발걸음이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그 날, [전교인소풍]날이고, 오늘이 그 날, 서로 반가워 행복해 하는 날이며, 오늘이 그 날, 없는 사람 때문에 더욱 마음 시린 날입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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