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그럴듯한 가족사진 한 장이 없습니다. 지금의 가족말고 전에 제가 아들로 구성원일 때의 가족말입니다. 국민학교 6학년되던 해에 집안이 망했고, 9인 가족은, 1인 출가, 서울 3명, 시골 5명으로 나뉘어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구태여 그렇게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버지의 신실한 강직함이 그렇게 하였습니다. 수년 후 형식상 두집살림을 한 곳으로 모았지만, 가족은 여전히 나뉘었습니다. 각자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삶자리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구성원이 달라졌을 뿐 우리는 여전히 서울과 시골로 나뉘어 살았습니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40년이 넘도록, 제 안에 들어있는 자그만 소원은 ‘가족사진찍기’였습니다.

어쩌다 친구집에 가보면 벽에 사진들이 걸려있었습니다. 색바랜 흑백사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세월따라 천연색 큰 액자사진들로 바뀌었습니다. 그럴듯한 가족사진을 볼 때마다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일찍 흩어졌고, 게다가 일찍 세상 떠나신 아버지 덕분에 그럴듯한 가족사진 찍어볼 꿈은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나마 이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었음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어느 5월, 전교인 가족사진찍기 사역을 따라, 글렌뷰 교회안에서 찍은 것입니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내게도 가족사진이 있다는 기쁨이 생겼지만, 뭔가 허전했습니다. 아버지와 아직도 내 가족인 여러 사람들의 빈 공간때문입니다. 어머니 가신 후, 더 그렇습니다. 지난 겨울 어느 교우가 찍어준 네 명의 가족사진만 덜렁 남았습니다. 더 허전해지기 전에 가족사진을 자주 찍어볼 생각입니다.   

이런 저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사진이 있습니다. 교우사진입니다. 전도회 수련회에서부터 일꾼의 임직식, 이런저런 굵직한 행사, 건축의 첫 삽, 헌당헌심의 날, 전교인, 그리고 매년 나오는 요람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진들이 있습니다. ‘집안가족사진’이 없는 저에게, 이런 ‘교회가족사진’은 적지 않은 위로와 힘이 됩니다. 그런데, 교회가족사진에도 자꾸 허전함이 생깁니다. 천국가신 분, 이사가신 분, 교회를 떠나신 분 등 빈자리들이 있기 때문이며, 사진찍기를 피하는 분들이 만든 공백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을 것이며, 보이지 않는 분들로 인해 얼마나 허전해할지 모르겠습니다. 할수 있는 한, 교회 온가족이 다 들어있는 사진을 보면 좋겠습니다. 교회가족사진을 보는 자주 들쳐보는 저에게, 교회가족사진은, 큰 행복입니다.

아직 볼 수 없지만, 마지막 가족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주님 앞에 서는 날, 믿음 생활을 같이 했던 모든 분들이 함께 있을 천국가족사진입니다. 육신의 가족, 교인가족 뿐 아니라, 핍박을 견디며 이겨낸 성도, 욕심을 내려놓고 승리한 성도, 자아를 죽이느라 불편을 감수했던 성도, 주님께 헌신하느라 세상락을 포기했던 성도, 강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친히 약자되기를 원했던 성도, 영혼구원 위해 눈물 흘렸던 성도 등이, 달려갈 길을 다 마치고 만나는 최후승리의 사진입니다.  보좌에 앉으신 어린양이 주인공이신 천국가족사진을 믿음의 눈으로 사모하며, 함께, 꾸준히, 달려가십시다.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