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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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맞았습니다. 돈 주고 산 일이 없고, 신청한 일도 없으며, 받을 빚 있는 것도 아닌데, 때 되면 꼬박 꼬박 내 주머니 속에 들어옵니다. 어제 분명 다 썼는데 자고 일어나면 다시 들어와 있고, 몇일 동안 부지런히 사용했는데 다시 꽉 차 있습니다. 값 싼 것도 아니고, 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매일매일 배달되고 있으니 수지 맞은 것이 분명합니다. 돈이나 주식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에게만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주시는 [공기]와 [시간]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는 귀한 것을 귀하게 안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를 위한 부모 형제의 사랑, 나를 향한 다른사람의 섬김, 나에게 다시 주어지는 기회 등이 그렇습니다. 본래 흔한 것들이 아닌데, 없어지기 전까지는 흔하게 여기곤 합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시간’이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주시는 하루 시간의 양은 다르지 않습니다. 부르시는 그 날까지 매일 동일한 양의 시간을 받습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고, 같은 양을 더 많이 있는 것처럼 사용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편리’라는 이름으로 발명된 것들이 ‘속도’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만들었고, 동일한 양의 시간이 마친 더 많은 것처럼 남아돌게 했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빨래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잿물에 삶고, 풀을 먹였으며, 방망이로 다듬이질을 했습니다. 들어간 시간과 정성이 대단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탁기가 있으며, 세탁소가 있습니다. 조금의 수고로 일을 마칠 수 있으니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몇일씩 걸리던 손편지가 이멜이나 멧세지로 바뀌었습니다. 달포나 걸리던 친척집 나들이가 하루 이틀이면 됩니다. 불을 지피고 장독을 몇번 다녀와야 차리던 밥상이 패스트 푿은 물론 주문, 구매, 배달 등으로 간편해졌습니다. 편리해졌을 뿐 아니라 빨라졌고 시간이 남습니다. 시간의 양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빨라졌으니 시간이 남는다는 셈법입니다.
‘인류’라고 거창하게 말하는 우리는 남은 시간을 다른 곳에 사용해 왔습니다. 많은 영역에서 [더 편리]와 [더 빠름]을 추구하였고, 그것이 이뤄질수록 우리는 열광했습니다. 주산에서 계산기와 컴퓨터의 발전만 해도 그렇습니다. 불과 몇 분이면 일년치 장부를 계산합니다. 그 컴퓨터가 손 전화기 속으로 들어왔으니, 온 세상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증조부께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만큼의 좋은 세상, 편리하고 빠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 증조부께서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 넌 그렇게 시간이 많아 좋겠다. 그 시간을 다 뭐에 쓰는고?’ 아마 사람들은 그것으로 더 많은 시간을 만들고자 투자한다 할 것입니다. [편리와 빠름]으로 발견, 발명, 문화, 문명 등에 재투자, 재재 투자해서 더 많고 많은 시간을 남길 것입니다. 우리의 선조는 또 물어볼 것입니다. [그래서, 그래서!결국 그렇게 남은 많은 시간을 어디에 쓰려고? ]
앞으로의 우리 인생은 시간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없는 시간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남는 시간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남은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내 삶의 질과 결이 달라지고, 사회의 성숙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값 비싸지만,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없어질 때에야, 귀한 줄 하는 시간! 내 시간은 건강한지 질문할 때입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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