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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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해 본 분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 중 하나가, 생각보다 짐이 많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다는 사람도 구석구석에 숨은 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놀랍니다.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입학 때 몇가지 사들고 들어간 방에서 무엇이 그리 많이 나오는지 놀랍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학위과정 학생에게 빌려주는 개인열람실(Carrel)도 그렇습니다. 책 가방 하나 들고 들어간 그곳에서 수년지나 나올 때면, 많은 자료들과 책을 무겁게 들고 나와야 합니다. 시작은 빈 손인데, 나중에는 짐이 남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간이 늘어날수록 짐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일개월 산 집과 일년 산 집에서 나오는 살림살이는 다릅니다. 그러니 어느 곳엔가 오래 머물러 있으면 그 시간의 길이만큼 물건이 많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크기입니다. 마음이 있는 곳에 보물이 있다했는데, 마음이 있는 곳에는 차츰 우리의 짐 보따리가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일년을 기거하는 곳이라 해도 별로 마음 내키지 않는 곳이거나, 언제라도 떠날 생각만 하는 곳이라면, 짐이 늘어날 수 없습니다. 사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도구만 가지고 살다갑니다. 그러나 마음이 가는 곳은 다릅니다. 사는 것 답게 사는 곳이며, 일하는 곳 답게 일하는 곳이니, 무엇인가 쌓이게 되어있습니다. 필수도구 뿐 아닙니다. 아름답게 만드는 장식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도 생각해보아야 하지만,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 돌아보는 것은, 언제나, 무슨일에나 중요합니다.
내 마음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알아보려면 간단합니다. 여러가지 의미의 내 짐이 어디에 많이 쌓여있는지 보면 됩니다. 늘 들고다니는 내 가방에 무엇이 많이 들어 있는지 보면 되고, 늘 사용하는 컴퓨터의 search history에 무엇이 주를 이루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내 차 트렁크에 무엇이 실려있는지 보면 되고, 내 방 물건 중 어디에 먼지가 쌓이고 어디에 손자국이 많은지 보면 됩니다. 누구와 만나며 누구와 이야기 하는 시간의 길이가 늘어나는가, 어느 책에 손이 더 많이 가는지, 어디에 있기를 더 좋아하는가, 무슨 일에 내 마음이 콩콩 뛰는지 생각해 보면 됩니다. …. 점을 이으면 선이 되는 것처럼, 그 마음 있는 자리 (곳, 것, 사람)를 따라 선을 그으면 그것이 자신의 현실(reality)이요 자신의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궤적을 나타내주는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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