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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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훈아, 너 어디냐? 한국 나왔냐?’ 굵은 저음의 사투리는 항상 간단 명료합니다. ‘아니요, 형, 내가 누구와 이야기 나누고 있어서 카톡 받고도 연락을 못했어요.’ ‘알았다. 난 니가 나온 줄 알았다. 손님과 이야기 나눠라’ 칠십 중반을 넘어선 이 형님은, 고향 교회 선배 장로님입니다. 친구와 누나들조차도 ‘원목사’나 ‘원목사님’으로 부르기 때문에 지금은 ‘종훈아’ 라고 부르는 거의 유일한 사람입니다. 제가 다녔고, 교육전도사로 사역했으며, 저의 할아버지가 목회하셨던 시골교회(신태인제일교회)가 설립 100주년 기념 예배를 드리는데, 당연히 왔겠지 생각하고 반가움에 전화를 했던 것입니다. 꼭 가야 했던 자리이지만, 방역, 노회 등 여러 가지 일들로 결국 주저 앉았었는데, 형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쉬움이 밀어 올라왔습니다. [갈 걸!]
형님의 정은 눈 빛, 얼굴 모양, 행동에 다 담겨 있습니다. 오지 못한다는 말에 아쉬워했을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마 행사 후 몇 일간 선후배들과 같이 지내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친 남 동생이 네 명이나 되는데도 항상 동생 이상의 정으로 대해줍니다. 선교지 갔다 돌아오는 길에 사나흘 서울 들릴 때면, 전화너머 첫 마디가 언제나 ‘종훈이냐? 여기로 와라’였습니다. 당신이 사는 강원도 땅으로 무조건 오라는 것입니다. 갈 수 없는 형편을 길게 설명하고 나서야 ‘어쩔 수 없지.’ 단념하지만, 못내 서운한 표현을 하십니다. ‘다음부터는 안 올라면 전화도 하지마라!’ 짧은 몇 마디, 호탕한 웃음, 나이 들어도 언제나 소년 같은 형님 얼굴 본 지 제법 되어, 아닌 게 아니라 보고싶습니다. 동생 노릇, 후배 노릇, 제대로 한 것이 하나 없는데, 아직도 ‘종훈아~!’ 불러주는 형님이 고마울 뿐입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지난 주간에, 누군가 [목사님~!] 하고 부르는데, ‘종훈아’ 불리울 때와 같은 정감을 느꼈습니다. 분명 상대와 호칭은 다른데, 정감은 동일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우리 교우들이 저를 부르 때면 대개 그랬습니다. 얼굴 못 보고 지낸 한 달 동안에 그랬고, 몸이 조금 불편하여 지냈던 한 주간이 그랬습니다. 예배 후 집에 가실 때 손잡아 인사하면 그랬고, 아프지 말라는 글과 말 속에 그랬습니다. [목사님~~!]하고 부르며 반가워하는데, 나를 [나]로 불러주며, 나를 [이름]으로 불러주는 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스며드는 기도 속에, 안타까워하는 눈물 속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 속에, 걱정 말라는 호탕한 웃음 속에, 보고 싶다는 수줍은 언어 속에, ‘힘들죠?’ 이야기하듯 잡아주는 손길 속에, 많은 이야기를 ‘아프지 말라’고 줄인 짧은 한 마디 속에, 가방을 들어주는 사랑 속에, 이런 저런 눈빛 언어 행동 속에 나를 [종훈아~!]로 불러주는 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또한 목회를 하면서, 직분이나 다른 관계의 호칭으로 사람들을 부르곤 합니다. 그래도 언제나 [이름]의 정감은 담고자 노력했는데, 앞으로 더욱 그래야겠다 생각합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 불러주는 느낌이 너무 좋거든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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