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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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라 할 수 없고 푸념도 아닌 글을 주님 무릎 아래 앉아 나누는 것처럼 두서 없이 올리고자 합니다. 몇 일있으면 주님 탄생일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 날의 본 뜻도 모르고 마냥 좋아했었습니다. 내일이면 멀리 떠날 가난한 어미가 채려준 마지막 밥상인지도 모르고 쌀밥에 생선 먹느라 정신 없는 아이 같았습니다. ‘십자가’는 어디로 가고 형형색색의 성탄 트리만 남았으며, 성탄 프로그램 연습하는 재미와 졸린 눈 부릅뜨며 다니던 새벽송에 온 마음을 다 빼앗겼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크리스마스를 그리 좋아했던 것은 아마 크리스마스 그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님, 이 땅에 오시기로 결정 나던 날, 마음은 어떠셨습니까? 주사 맞으러 들어가는 제 아내의 발걸음은 항상 무겁고, 치과에 가기를 망설이는 제 마음은 늘 무거운 돌을 얹은 것 같은데,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러 오시는 길이 어떠셨습니까? 보통 사람 같으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몇 번이고 뒤 돌아섰고,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길 떠나기 크게 망설였을 텐데, 주님은 어떠셨는지요? 상황은 다르지만, 저는 미국 온 지 이틀 되니,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아파트 얻고 차는 사야 했는데 주머니에 돈은 없었고, 낯선 땅에 홀로 떨어진 기분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사흘 뒤 수업이 시작되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주님은어떠셨습니까? 하늘 영광 버리고 천한 곳에 오셨는데, 집에 가고 싶지는 않으셨는지요? 다른 방법 찾아보자고 성부 아버님을 설득할 수도 있으셨을 텐데, 어떻게 끝까지 순종만 하셨는지요? 그런데, 주님, 잘 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 돌아서셨다면 세상은 지금도 칠흑같은 어둠이며, 소망 없이 방황하는 발걸음들만 가득할 텐데, 정말 잘 오셨습니다. 이 땅에서 당하실 고초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만, 주님오셨기에 세상이 바뀌고 하나님나라가 열렸으며, 지난 날과 다른 날들을 선물해 주셨으니, 정말이지 잘 오셨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큰 잔치 벌리며 마음껏 기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세상이 주님 보시기 원하시는 세상 아니고, 우리가 주님 원하시는 우리 아니어서그렇습니다. 주님께 사랑 고백하며 길 나선 지 얼마인데 아직도 이 모양이니 그렇습니다. 내 세상은 아직내가 주인이니,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 조차 위선같아 부끄럽습니다. 주님, 그런 우리, 이쁘지 않은데 최고로 이쁜 사람처럼 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주 뒷걸음 치는 인생, 그럴 때마다 앞으로 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맞이하는 성탄절마다 주님을 주인으로 고백하여 기뻐하고 축하 하겠습니다. 아,주님, 첫번째 크리스마스는 어떠했나요? 부활 뒤, 로마의 대 박해 속에서, 흑사병 돌 때, 세계대전 중에, 사람들은 어떻게 주님 탄생을 축하했나요? 주님은 어떤 축하를 가장 좋아하셨는지요?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금년 2020년 크리스마스는 특별하게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주님께 마음을 집중하고 싶습니다. 주님 생각많이 하고 주님 만나는 꿈도 꾸고 싶습니다. 코로나로 성탄 잔치가 줄어든 이 때, 오히려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니, 인생과 신앙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아주시기 바라며, 이천이십년 성탄 계절에 올립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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