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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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길어질수록 ‘마음’과 ‘머리’에 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머리(기억)에 남으면 아는 사람이며, 마음에 남으면 정든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머리에 남으면 기회가 되어 생각[나]는 사람이지만, 마음에 남으면 이런 저런 때마다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누구나 생각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마음에 품은 자녀들과 가족들은 두말할 것 없고, 같이 고생하면서 무엇인가 추구하던 사람,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주고 받은 사람, 삶의 지표가 된 가르침을 나눈 사람, 마음 속 청소하듯 비워도 되는 친구, 눈물 범벅이 되어 찬송하고 기도하던 사람, 짧지만 강렬하게 인상 깊은 사람 등이 있을 것입니다. 가을 문턱에서 이들을 향한 전형적인 질문, ‘지금 어디서 무엇할까?’ 입니다. 주변에 있을만한 몇 사람을 생각해봅니다.
누군가는 온 세상이 어려운 지금,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다른 나라에 갔습니다. 자가 격리해서 건강한 삶과 안전한 목숨을 유지하도록 권유하는 이 때에 그렇게 갔습니다. 나이들어 쉴 만한 사람도 갔고, 아이 딸린 사람도 갔습니다. 산넘고 물건너라는 말처럼 넘고 건널 것 많은데, 그 길을 기어코 갔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자기가 다 바꿀 것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좋은 세상 만들겠노라고 꿈 꾸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 꿈 이루겠노라고 뛰어다닙니다. 자신의 안정된 삶은 뒤로 한 채,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오늘도 살기 좋은 세상 만든다고 야단입니다. 누군가는 망중한의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이들 키우며 바쁘게 사느라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던 엄마에게 이런 시간은 꿀보다 더 달콤할 것입니다. 바쁘게 살아온 그대, 쉴 자격이 있다며 좁아터진 거실에서나마 개인휴가를 즐기지만, 몰디브가 아니고 모히또가 없어도 행복한 마음입니다. 누군가는 생각지 못한 끈질긴 질병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병이 …’ 생각할 수 있는데, 다 이유가 있다고 자기를 설득하며 긴 치료의 과정을 잘 견디고 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나이도 다르고 병의 이름도 다르지만 주인을 바라보는 종의 마음으로 하늘 아버지의 자비와 긍휼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분명 힘든데 티를 내지 않습니다. 안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밖에 나오면 전혀 티내지 않는 옛어른의 모습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티를 내며 조금만 수고해도 알려야 하는 세상에 이런 어른다운 모습이, 누군가에게 있음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누군가는 내일을 향한 꿈을 꾸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사랑하느라 자기 안에 있는 미움 덩어리들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누군가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하나 둘 지워가고 있으며, 누군가는오래전 출생할 때 시작한 선한 달리기를 이제 마치려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머리와 마음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장 좋고 가장 선하며 가장 의로운 길을 가고 있을 것이며, 자기와 남에게 같이 유익한 길을 걷고자 애쓰고 있을 것입니다. 나, 우리 자신은, 누군가의 마음이나 머리에 있는 사람으로, ‘나 이렇게 살고 있어요’라고 말해 줄 대답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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