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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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이런 소망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것에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칫 객기 혹은 주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며, 허공을 체는 인생길 걷기 쉽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나이 들수록 함께 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덕이 되고, 뒤따라오는 이들에게 본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이번 한국 어느 결혼식을 참석하고 더욱 그런 기회를 사모하고 있습니다.
신랑의 들러리입니다. 이왕이면 베스트맨을 하고 싶습니다. 결혼 날 잡으면 신랑 뒤에서 모든 필요한 일들을 도맡아 도와주고, 혼인 서약을 하는 날에는 신랑 옆에서 그가 가장 빛나도록 돕고 싶습니다. 신랑에게 초점이 맞춰지게 하는 일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어느 신랑보다도 적당히 낮은 외모로 최적화되었고, 신랑이 가장 환하게 빛나도록 돕기에 적합하니,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런데, 아쉽습니다. 제 친구들은 이미 결혼했을 뿐 아니라, 그의 자녀들까지 혼인을 마친 자가 많으니 소망이 없고, 그렇다고 내 아들들 결혼식에 주례를 설지언정 들러리를 설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히 절망적입니다. 아직 결혼 안 한 시골 국민학교 친구가 한 명 있기는 한데, 영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참에 만나서 결혼을 강권해야 하는 것인지, 이것 참, 오래전 윗시리스트를 해볼 수 없다니 참으로 아쉽습니다.
그래도 [들러리] 설랍니다. 이왕이면 베스트맨으로 설랍니다. 마지막 날 예수님 오시는 때에는 정결한 신부로 신랑 되신 예수님을 맞이하겠지만, 이 땅 사는 동안에는 신랑 예수님을 빛나게 하는 들러리로 살고 싶습니다. 예수님 이름 속에 내 이름 석 자 깊이 감추고, 예수님 미소 속에 가난한 내 웃음 포개어 숨기며, 예수님 영광의 고난 속에 내 비천한 아픔 꾸겨 밀어 넣고, 그냥 그분의 들러리로 살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살짝 고개를 내밀면 말씀으로 덮어 누르고, 자기 연민 넘실거리는 물처럼 흘러나오면 견고한 기도의 둑으로 막아세우며, 내가 했다는 의로움이 겨울 함박눈처럼 내려 쏟으면 주님 십자가 그 뜨거운 사랑으로 녹여버리면서, 그렇게 그렇게, 예수님의 성별 된 들러리로 하루하루 주신 날 살아가다가, 눈부시게 빛나는 어느 아침에, 그의 정결한 신부로 서고 싶습니다.
신랑 자리를 넘보는 들러리들이 많은 시대라, 나도 모르게 그 길 따라갈까 걱정입니다. 명분은 많아지고 성결은 부족하며, 이론은 많아지고 헌신은 약해지니, 나도 그 길 들어설까 봐 두렵습니다. 작은 일에도 넘어지기 쉽고 초라한 유혹에도 따라가기 잘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인지라,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들러리 길, 너도 나도, 함께 응원하며 잘 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내 오랜 친구가 장가가는 날, 턱시도 입고 신랑 옆에 서겠다는 희망을 아직 버리지는 않았으나, 신랑의 기쁨에 동참하는 신실한 [예수 들러리]로 사는 소망이 갈수록 더욱 선명하니, 언제, 어디, 누구 앞에서나 주님 높이는 주님의 들러리로 사는 일에, 지금까지보다 더, 내 마음 다 쏟아보렵니다. 그래봅시다. 우리 모두 그래봅시다. [예수 들러리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이 크고 영광스럽습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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