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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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敬老’가 노인 존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나보다 나이 든 사람을 우러러 존중해 주는 공경이요, 경로사상敬老思想은 그것을 문화 속에 체계화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른 존중과 아이 사랑은 인륜지도人倫之道 입니다. 시대와 문화, 민족과 전통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이제 사소한 차이를 넘어 ‘글로벌 경로’를 계발해야 할 것입니다. ‘나이가 벼슬’은 아니지만, 나보다 [더 살아온 수고]에 대한 존중은 성경적 가치에 부합하는 미덕입니다.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요즘 쏠쏠하게 재미를 누리는 ‘경로’ 이야기입니다. 그간 제대로 된 ‘어른’으로 살고자 애써왔는데, 한국에 와서 제가 ‘어른’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깊은 산골에 머물고, 차가 없으니 자주 기차를 탑니다. 흔한 KTX나 SRT가 정차하지 않는 시골역입니다. 아내와 저는 두 장의 다른 표를 삽니다. 눈치채셨겠지만, 한국에서 제 아내는 ‘어른’이고, 저는 ‘경로’입니다. 값 차이가 제법 나니 더 이상 어른임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경로’는 공원이나 관광지에서 무료입니다. 지하철에서 ‘경로’는 별도의 지정석에 앉습니다. [경로]라는 말과 혜택에 친숙해지다 보니, 고속버스는 물론이요, 심지어 비행기까지도 ‘경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왠지 아내에게 ‘어른’의 자리를 빼앗긴 느낌이지만, ‘경로’의 맛은 주머니 안에서 살아납니다.
늦은 밤, 인근의 더 작은 시골역에 내린 일이 있습니다. 낡은 차량들이 즐비한 틈으로 희미한 택시가 보였습니다. 앱에서 찾을 수 없었던 택시가 현장에 있었으니 반가웠습니다. 하마터면 노숙할 뻔했습니다. 늦은 밤의 침묵이 어색했고, 태워준 것이 고마워 운전기사에게 말을 붙이려고 보니 칠십 후반은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경로’의 말을 걸었습니다. ‘기사님 나이가 지긋한데,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시네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나이가 많지 않습니다. 몇 살로 보이시나요?’ 순간 상황을 파악하고 애매하게 대답했습니다. ‘육십은 넘은 것 같은데요’ 그러자, 상기된 목소리로 나이를 말하는데, 아뿔싸, 저보다 어렸습니다! 한동안 택시 안에 깊은 정적이 흘렀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교회 다니세요?’ 물어볼 만도 한데, 이날은 아내도 잠잠했습니다. 그분이 ‘어른’이었고, 제가 ‘경로’였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달도 없는 오르막 산길을 걸어오면서,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보다 나이 든 사람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더 살아온 수고뿐 아니라, 살아온 해만큼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더 사랑했을 것이며, 더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했을 것이고, 더 많은 꿈을 꾸었을 것이며, 더 세상을 변화시켰을 것입니다. 나보다 먼저 어려움을 겪었고, 내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준 사람들이니 존중함이 마땅합니다. ‘꼰대’라는 정체불명의 속어로 낮출 것이 아닙니다. 언어, 얼굴의 표현, 생각 등으로 공경해야 합니다. 사회는 ‘복지’라는 이름으로 ‘경로’하는데, 우리는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경로’해야 합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기차표는 ‘경로’해주지만, 일상에서는 마치 다른 별 사람처럼 취급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누가 그런 프레임을 만드는지, 자꾸 노인이 청년의 자리를 빼앗는 것으로[만] 이해합니다. 게다가 나이 든 사람들은 자꾸 청년인 척합니다..... 모든 세대가 다 소중한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식탁에서 경로하며, 예배에서 ‘경로’ 합시다. ‘목사님이 노인 취급을 당해 서운했나?’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아닙니다. 전 ‘경로’를 즐기고 있습니다. ^^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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