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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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생략]이 있습니다. 직접 보고 듣는 것이 전부인 줄 알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우리는 모릅니다. 각종 중간 매개나 매체(사람, 방송, 신문, 유튜브 등)를 두고 간접적으로 보고 듣는 일은 더욱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의도적인 ‘생략’이 있어서 모르고 지나갈 수 있고, ‘생략’된 부분을 찾아 퍼즐처럼 메꾸는 능력이 부족하니 안개처럼 지나가는 일들이 허다합니다. [생략]이란 전체에서 일부를 빼거나 줄인 것을 의미합니다. ‘생략’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할 수 있는 한 ‘생략’을 찾아 보충하여, 재구성하는 능력 혹은 지혜가 필요합니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녁 상에 올라온 흰밥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내 앞에 있는 것은 쌀이지만,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농부가 수없이 허리를 구부리던 모내기, 타는 목마름으로 논에 드나든 발걸음, 무르익은 벼를 베고 탈곡하던 든든함 등, 우리가 햅쌀이라는 이름으로 쌀을 대할 때 우리가 놓치는 많은 ‘생략’이 있습니다. ‘쌀’을 넘어 ‘농부’를 보고, 나아가 그 이상을 생각하는 생략 보충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행간行間을 읽는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말이나 글 속에서, 저자 혹은 화자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짧은 시간, 좁은 공간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때로 해석이라는 이름으로 그 안에 담긴 깊은 뜻을 찾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전체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왜곡을 해서라도 자기에게 유리한 일부만 전달합니다. 그 유리함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해도 개의치 않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기만, 속임, 가스라이팅, 메니퓰레이션 등 각종 언어로 이름을 붙이는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못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세상이니 어찌합니까? 생략된 부분을 상상력으로 해석하여 이해해야만 합니다. 바른 상상력은 수많은 ‘생략’을 찾아 온전하게 ‘재구성’해 줍니다. 현대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에는, 이런 능력과 지혜를 계발해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빛은 드러나지만 어둠은 숨어 있고, 숨어 있는(생략된) 어둠은 우리를 어둡게 만드는 힘이 되며, 우리의 빛된 삶을 방해하는 내적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 우리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내 말에, 내 생각에, 하려고 하는 일에, 무엇인가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적인 생략’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가정, 직장, 교회 등에서 숨은 어둠이 있으면 곤란합니다.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겨둔 사소한 어둠조차 조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생략이 거짓을 만들고, 원수를 만들며, 일을 그르치게 하고, 후회를 만듭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나 어떤 일의 생략된 부분도 잘 읽어내야 합니다. 잘못 읽으면 괴물을 재구성합니다. 자기중심적으로 재구성된 해석, 사적 유익을 위한 해석은 파괴력이 큽니다. 생략으로 기울어진 가치관, 인생관은 대를 이어 달리니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성령 하나님과 성경 말씀으로 채워진 그리스도인은 빛으로 삽니다. 빛은 어둠을 몰아내며, 무지를 소멸하고, 양심을 소생케 합니다. 그리스도는 광명한 빛이시며, 그의 말씀 역시 빛입니다. 우리 하나님께서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서’ 욥에게 질문하셨습니다. ‘네가 그렇게 많이 알면 내 물음에 대답해 보아라.’ 우리는 앎으로 살지 않습니다. 빛으로 인하여 삽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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