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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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인도네시아 선교지, 그리고 한국의 한 달 살기를 마치고 예정보다 일찍 돌아왔습니다. 가족과 함께 감사절을 보내고자 밟은 시카고 땅은 때마침 흰 눈으로 가득했지만,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소양교육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지식이나 자세를 소양이라 하며, ‘소양교육’이란 이에 대한 교육입니다. 오래전에는 국가 기관의 주 도로 해외여행이나 이민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여권소양교육을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 교양 함양의 의미가 있었으나 반공교육이기도 했습니다. 아, 그런데 제가 소양교육을 받았다니, 어느 기관에서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 궁금하시죠?
오래전 공부하러 세인트루이스 땅을 밟은 뒤 처음 한국에 나갈 때 일이었습니다.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하는데 자꾸 ‘미국은’ ‘미국에서는’이라고 말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미국 전역 50개 주 중에서 겨우 한 개 주, 미조리주의 115개 카운티 중에서 겨우 한곳에 잠시 머물렀던 것, 그것도 학교, 집, 교회만 오고 간 사람이 마치 미 전역을 다니고 살아본 것처럼 이야기했으니 얼마나 가소로운 일입니까? 물론 미국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세인트루이스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해도 미국 이야기가 분명했지만, 반짝반짝 작은별로 알려진 모차르트 변주곡 하나를 듣고 모차르트를 다 안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무지가 분명했습니다.
겨우 며칠 머물렀던 태국, 두 번 방문 날짜를 다 합해도 한 달이 채 안 되는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사람이, 자꾸 태국은 이러한 나라이고, 인도네시아 선교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선교와 문화 전문가처럼 말할까 봐, 무지를 조심하자는 셀프 소양교육을 한 것입니다. 한국도 그렇습니다. 태어나 자란 내 나라이고, 문화 종교 사회 정치 교육에 대하여 나름 할 말이 있을 정도로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32년 이상 떠나 있던 나라입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건물과 텔레비전 속에 나타나는 다양함 만이 변화가 아니라, 사람 속 마음과 생각의 스타일, 그들의 소망과 언어 등 많은 영역에서 다 파악할 수 없는 변화가 숨어 있었습니다. 한 달 살기로 그것을 안다고 하기에는 떠나 있었던 세월이 깁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래요’ ‘한국 사람들은 이렇고 저래요’ 할까 봐 저 스스로 소양교육을 했고, 아내에게도 간접 교육을 했습니다.
다른 소양교육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카고에 살면서 미 전역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기, 어쩌다 한 번 만난 것이 전부인데 그 사람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기, 책 몇 권 읽고 그 분야의 모든 것을 섭렵한 것 같은 장광설, 겨우 몇 가지 경험으로 우주를 파악한 것처럼 점점 좁아지는 시각, 단편적인 유튜브의 알고리즘적 지식으로 점점 편향되어 가는 자세 등 수없이 많은 영역에서 재소양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성경을 읽고 공부하며 연구하지 않고도 하나님의 뜻을 다 아는 것처럼 사는 자세,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기를 쳐서 복종시키는 부단한 노력 없이 성령 충만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 같은 정처 없는 자신감, 이기적인 기도 응답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여 더 좁아지는 기도생활 등, 제가, 우리가, 받아야 할 셀프 소양교육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헤어 공항의 추위가 매서웠던 것은 단순히 눈보라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어른의 길이 아득해 보였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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