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랑의 알파와 오메가인 긍휼

   긍휼이 나타난 시점은 어디인가?

   지난 글에서 하나님의 긍휼은 ‘영원하다.’라고 말했다. 하나님의 존재가 바로 긍휼이기 때문에 긍휼의 은혜 역시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그 긍휼이 처음 나타났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알파와 오메가인 하나님께선 존재 그 자체가 바로 시작과 끝이 없는 영원한 분이시기에 빛의 창조로 이어진 밤과 낮의 창조로 시작된 하루라는 시간의 창조 이후에 나타난 사실을 말하려면, 하나님의 창조 과정을 밝히신 말씀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

   사실 모든 피조물은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 속에 있는 것들이 마치 하나님의 영원 속에 있는 것처럼 영원하다고 말해선 안 된다. 시간은 피조물이기에 영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에덴에서 하나님과 단절된 사람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면서 그들에게 내려진 처벌로 인하여 땅마저 징계를 받아 망가진 후 가시덤불이 자랄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그런 것들마저 하나님의 긍휼이 아니라면, 결코 불쌍히 여김을 받을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 것이다.

   피조물에 불쌍한 현실이 일어났을 때 이미 존재하던 긍휼의 은혜가 임할 수 있지, 필요한 현실이 등장한 후에 비로소 필요한 긍휼의 은혜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긍휼은 애당초 하나님의 영원한 존재와 더불어 영원하다.

   가정에서 하나의 예를 찾는다면, 자녀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그때 비로소 부모에게서 불쌍히 여김의 긍휼이 생겨난 것일까? 아니다. ‘아이고, 불쌍한 내 새끼’라는 긍휼의 사랑은 배우지 않았어도 부모의 마음 깊은 곳에선 언제든 튀어나오게 돼 있다. 따라서 하나님의 긍휼은 인간이 죄를 짓기 전에 이미 존재한 영원한 은혜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하나님의 긍휼이, 혹은 사랑이 사후약방문일 수가 없다.

   실제론 창세기 3장 15절의 원시 복음에도 등장하지만, 죄인이 된 아담과 하와 부부가 에덴의 동편으로 추방될 때도 하나님께선 그들에게 가죽옷을 해 입히신 사실에서도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이 어떠함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은 사랑도, 불쌍히 여기심의 긍휼도 모두 영원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속성인 전지전능무소부재(全知全能無所不在) 하심과 더불어 하나님께서 갖추신 모든 것들은 모두 영원하다. 그러기에 시간 속에선 하나님의 모든 것들은 현재로 나타난다.

   하나님의 은혜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살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자신의 그 한계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마저 시간의 한계 속에 묶어 두어선 안 된다. 그러나 에덴에서부터 하나님의 은혜를 자신들의 선악의 지식에 묶어두려는 욕망에 사로잡혔던 자가 바로 첫 사람 아담 부부였다. 그 때문에 첫 사람이 하나님과 영적 단절로 죽은 것이고, 영적 단절로 인한 육신은 시간에 붙잡혀 수명 가운데서 죽게 된 것이다. 첫 사람의 운명을 모든 인류가 그대로 따라 살고 있는 현실을 어느 누가 바꿀 수 있겠는가?